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 7월 한 콘퍼런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삼성의 경북 투자를 요청했다. /경상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 7월 한 콘퍼런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삼성의 경북 투자를 요청했다. /경상북도 제공
미국이 반도체 육성법을 만들면서 미국의 지원을 받을 경우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 확장을 금지하는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기업의 중국 투자를 국내 지역으로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가드레일 조항이 반도체특구를 유치하려는 경북에는 기회”라며 “반도체뿐만 아니라 경북 경주에 추진 중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단을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함께 투자하는 글로벌 산단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 3대 그룹 대표들을 잇달아 만나며 경북이 추진 중인 국가산단에 그룹의 투자를 요청했다. 이 지사는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투자할 수 있는 규제개혁 등 글로벌 산단 환경 조성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 그룹 대표들도 입장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대구를 방문한 최태원 회장에게 “SK가 최근 미국의 SMR 설계기업인 테라파워에 3000억원을 투자한 소식을 들었다”며 “경북에서 추진하고 있는 SMR 국가산단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사는 “SMR은 세계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글로벌 산단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생각”이라며 “글로벌 산단이 지방에서 실현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북도는 경주 감포에 2025년 목표로 6540억원 규모의 혁신형 SMR 개발을 담당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단지)를 조성 중이다. 또 다목적 소형연구로인 ARA도 2029년 완공 목표로 건설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이 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고향인 구미에 돌아오라고 말씀드렸다”며 “(이 부회장의)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고 대규모 투자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최근 권영수 부회장과도 만났다”며 “경북에 대규모 부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구미 국가 5산단에 615만㎡ 규모의 땅과 LG가 쓰던 땅이 있어 언제든지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김장호 구미시장도 반도체소재부품장비특화단지를 반드시 구미에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시장은 “구미에는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세계 3위의 SK실트론이 1조원 이상의 증액 투자를 발표했고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LG이노텍,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KEC, 매그나칩 등 123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있고 물과 전력 공급면에서는 경기도보다 좋은 환경을 갖췄다”며 “반도체소부장특화단지가 구미에 유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