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확충했지만 신청 문턱·인력 부족 고질적 문제…약자 고립 커져
수원 세모녀·보호청년·발달장애인 등 극단선택…대전환 계기 삼아야
사회적 약자 잇단 비극…코로나 속 복지체계 취약점 노출
최근 복지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이어진 가운데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국내 복지 체계의 취약점이 더욱 크게 대두된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예산을 늘리고 각종 법·제도를 개선해 왔지만,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확인되며 복지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고위험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건강보험료 체납, 단전·단수 등 34개 정보를 토대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가동,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458만3천673명을 발굴했다.

발굴한 고위험가구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실제 조사를 거쳐 복지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지원을 받은 사람은 188만863명으로 41%에 그친다.

소재불명·연락두절인 이들은 고위험군에 들었더라도 공적 감시망으로 찾아내기가 어렵다.

특히 최근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수원 세모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서 포착되지도 않았다.

올해 들어 전국에서 발달장애인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보육원에서 나와 자립을 앞둔 청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일련의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은 수년간 외형적으로 개선을 이뤄온 복지 체계가 코로나19를 거치며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한다.

복지 혜택을 당사자가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 고질적인 인력난이 사각지대를 키웠고, 코로나19가 이런 문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2020년 기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4만2천932명으로, 위기 징후가 포착된 이들을 모두 조사·확인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방문, 시설 운영 등 대면 활동에 제한이 생기고 복지 담당 인력들이 코로나19 관련 업무까지 맡기도 했다.

참여연대 이경미 사회경제팀장은 "사회복지 공무원 인력만으로 사각지대를 다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빈곤한 이들이 빈곤을 탈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급하는 급여 수준을 충분히 높여야 하는데 급여 확대보다 대상 발굴에만 너무 초점을 맞춰왔고 기준도 높게 설정돼 있어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약자 잇단 비극…코로나 속 복지체계 취약점 노출
한편으로 경제적 어려움이나 박탈감을 겪는 취약계층, 장애인 가족 등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더욱 취약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가 고립감과 우울감을 키우는 데다 대면 활동에 제한이 생기며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세정·김기태 부연구위원은 '사회배제를 보는 또 다른 시각' 제하의 보고서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받길 원하지 않는 이들이 성인 중 20% 정도라는 현상을 다루며 "도움을 받지 않는 이들은 고독사, 은둔, 가족 살해 후 자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코로나19 유행이 고립을 더욱 심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복지 정책이 새로운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복지 외형 확대에 걸맞은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민간 분야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공공·민간 전문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현장에 밀착해 촘촘하게 발굴하는 체계를 위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참여 확대도 중요한데, 책임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사회의 역할을 대대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소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교육과 일정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시스템은 개선하더라도 그안에서 사각지대가 나올 수 있어 시스템 밖에서 촘촘하고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