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중부지구대와 3년째 동고동락…"멍멍" 문지기 역할 '톡톡'
보살핌 속 3번째 출산…미역국 끓이고 닭 삶아 산후조리 도와
배추 상자서 만난 우연한 운명…지구대 활력소 댕댕이 '배추'
"배추는 우리 지구대 직원들의 활력소예요.

답답하거나 일이 힘들 때는 함께 순찰하며 기분을 전환하기도 한답니다.

"
고랭지 배추의 고장 강원 평창군 평창경찰서 중부지구대에는 '배추'라는 이름의 암컷 강아지가 지구대 앞마당을 지키고 있다.

노란 형광 바탕에 'POLICE DOG'(경찰견) 명찰이 적힌 목줄을 두른 채 민원인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배추는 신기하게도 푸른색 경찰 제복을 입은 이들에게는 짖지 않는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건 아니지만, 경찰과 민원인을 구분하는 늠름한 모습은 '진짜 경찰견' 못지않다.

이에 직원들은 배추가 짖는 소리만 듣고도 민원인이 방문한 사실을 미리 알 수 있고,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 간단히 옷매무새를 다듬는 등 민원인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다.

배추 상자서 만난 우연한 운명…지구대 활력소 댕댕이 '배추'
28일 중부지구대에 따르면 직원들과 배추와의 첫 만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순찰에 나섰던 강월석 경위 등 직원들은 국도변에서 어린 강아지들이 들어 있는 배추 상자를 발견하고는 상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주인을 찾아 돌려줬다.

강 경위 등은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강아지 한 마리를 주인에게 분양받아 지구대로 데려왔고, 배추 상자를 통해 만난 인연을 계기로 '배추'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작고 어리던 배추는 지구대 직원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 덕분에 튼튼히 자라 두 차례나 출산한 데 이어 올해 7월 세 번째 출산을 통해 6마리를 낳았다.

배추 상자서 만난 우연한 운명…지구대 활력소 댕댕이 '배추'
세 번째 출산으로 지구대 직원들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졌다.

팀마다 돌아가며 배추의 산후조리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는가 하면 최근에는 닭을 삶아 먹이기 시작했다.

이수림 순경은 "젖을 먹여야 하기도 하고 배추가 야위어서 닭도 삶고 있다"며 "다른 팀 직원은 사료를 못 먹는 배추를 위해 강아지 전용 통조림을 매일 사 오시기도 한다"며 웃었다.

직원들은 배추가 이번에 낳은 6마리 중 3마리를 지구대 주변 요양병원과 동네 주민들에게 분양했으며, 나머지 3마리는 조금 더 키운 뒤 새 주인을 찾을 예정이다.

이 순경은 "배추는 직원들의 활력소"라며 "가끔 다 목욕시키고 잠깐 한눈판 사이에 흙에서 뒹굴뒹굴하는 탓에 탄식이 나오기도 하지만, 답답하거나 일이 힘들 때 함께 순찰하며 기분을 전환하기도 하는 등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배추 상자서 만난 우연한 운명…지구대 활력소 댕댕이 '배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