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과거에도 차별 지속"…학교 "기사 독단 행동…나름 고충 있어"
도 교육청 "학생 통학 지원·교사 대상 인식 개선 교육하겠다"
통학버스서 소란 피웠다고 승차 거부당한 발달장애 학생
통학버스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강원도 내 한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이 운전기사로부터 승차를 거부당해 논란이다.

28일 장애인부모연대 등에 따르면 정도가 심한 발달장애가 있는 A(15)군은 최근 등교를 하고자 통학버스를 타려 했지만, 운전 담당 주무관으로부터 승차를 거부당했다.

A군이 안전벨트를 풀고 소란을 피우는 등 통제에 따르지 않아 안전 운행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가끔 충동성·폭력성 등을 보여 통제가 쉽지 않은 학생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24일 A군이 버스 안에서 통학지도원을 폭행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A군의 부모님은 자녀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학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군 어머니는 "아이가 사람을 때린 것은 장애 유무를 떠나서 분명히 잘못한 일이며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통제가 힘들다는 이유로 학생 등하교를 막는 일은 분명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임 교사는 자녀의 통학을 도울 활동 보조인을 구하거나 부모가 자차로 등하교를 시켜야 한다고 알렸다"며 "이런 차별은 예전부터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통학버스서 소란 피웠다고 승차 거부당한 발달장애 학생
해당 문제가 알려지자 장애인부모연대는 성명을 통해 해당 학교에 장애 학생 교육권 박탈과 협박을 멈추고 보조 인력 추가 지원으로 A군이 통학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했다.

박정숙 강원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A군에 대한 승차 거부는 장애인에 대한 엄연한 배제이자 분리, 차별"이라며 "통제가 힘들다면 남성 통학지도원 배정이나 운전석 칸막이 설치 등 다른 지원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학교 측은 일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해당 학교장은 "승차 거부는 운전 주무관의 독단적 행동이지만 분명 잘못한 일"이라며 "해당 주무관은 A군과 분리될 수 있도록 다른 버스로 배정하겠다"고 답했다.

또 "A군을 차별대우했다는 주장은 억울하다"며 "지난해까지 따로 예산을 편성해 활동 보조인을 지원하고 급할 때는 선생님들이 개인 승용차로 통학을 돕는 등 최대한 애써왔다"고 말했다.

이어 "A군 때문에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학생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학교를 변명하고자 이를 밝힐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 통학지도원은 "A군 때문에 등하굣길이 위험한 적이 있을 정도로 통제가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학생을 지킬 의무도 있지만, 우리가 안전할 권리도 있는데 이는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통학버스서 소란 피웠다고 승차 거부당한 발달장애 학생
신경호 도 교육감은 A군 부모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며 "인력이나 예산 문제를 떠나서 교사라면 더 소명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이들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8조는 '각급학교의 장은 특수교육대상자의 취학 편의를 위하여 통학 차량 지원, 통학비 지원, 통학 지원인력의 배치 등 통학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