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주시장이 말한 '51대 49'
"시민 100명 중 51명이 원한다면 뭐든 하겠다.

"
우범기 전북 전주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문맥의 흐름을 톺아보면 소수 반대의견에 발목 잡혀 개발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가 선거 내내 주장한 지역 개발 논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우 시장은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어제의 만남으로 증명했다.

특혜 시비와 시민·사회단체 반대 등으로 지지부진한 옛 대한방직 개발사업 시행사 대표와 만났다.

곧이어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내용으로 발전적 대화를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와 사진도 냈다.

언뜻 보기에 전주 시내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대한방직 부지 개발이 가시화한 것 같다.

그런데 어제 만난 이 둘은 현재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피고발인 신분이다.

둘이 만나서 수년간 지연된 큰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우 시장은 고발당한 당사자이고, 시행사는 대표 개인이 아닌 법인이 피고발 주체이다.

난개발과 특혜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49명 중 몇 명이 이들을 고발했다.

지난 지방선거를 뜨겁게 달군 '전주시장 선거 브로커' 의혹을 입증한 녹취록엔 이들 이름이 등장한다.

브로커가 지역 택지개발에 참여한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아 시장 후보 여럿을 매수해 사업·인사권을 얻으려 했다는 그 의혹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만나기 1시간 전에 이 의혹에 대한 첫 선고 공판이 열렸다.

법원은 선거 브로커가 실재했다고 보고 구속기소 된 2명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물론 이들의 형은 확정된 게 아니고, 우 시장과 시행사가 이 의혹에 연루됐다는 확정적 증거는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다시 우 시장 이야기로 돌아와서 대한방직 부지를 개발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아마 51명 이상이 찬성할 것 같다.

그 인근 주민에게 물어보면 90명도 넘을지 모른다.

한데 단체장이 수사받는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린 날, 같은 의혹으로 함께 고발당한 시행사와의 만남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분명 49명 이상이 부적절하다고 답할 것 같다.

그의 중요한 판단 잣대인 50명을 넘을지도 모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