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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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검찰총장 후보자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7기)를 임명 제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날 이 차장검사를 총장 후보자로 지명해 발표할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사단’의 ‘브레인’으로 불린다. 검찰 내 대표 특수통으로 날카로운 수사능력과 안정적인 조직 운영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약 3개월간 검찰총장 직무대리로 검찰 조직을 이끌면서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앞으로는 문재인 정부 비리와 관련한 수사를 힘있게 밀어붙이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특수수사 함께하며 尹 신임 얻어

이 후보자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중동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원과장 및 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제주지검장 등을 지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정운호 게이트, 국정농단 사태 등 굵직한 사건에 꾸준히 참여해 두각을 드러냈다. 외유내강 스타일로 확신이 든 수사는 밀어붙이는 강단을 보여왔다.

여러 차례 특수수사를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 후보자는 2007년 삼성 비자금 특검에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데 이어 2011년엔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윤 대통령과 또 한 번 한솥밥을 먹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던 2017년엔 특수1부장으로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참여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당시 청와대 기밀문건 유출과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등에 대한 삼성그룹의 뇌물 공여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윤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이 되자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영전했다.

다른 윤 사단 주요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조국 전 장관 비리 수사 이후 2년여간 좌천을 거듭하다가 올해 5월 대검 차장검사로 검찰 요직에 복귀했다.

‘총장패싱’ 피하고 文정부 수사 탄력

이 후보자는 차기 검찰총장을 뽑는 레이스가 시작됐을 때부터 ‘총장 패싱’ ‘식물 총장’ 지적을 정면돌파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혔다. 검찰총장 직무대리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인사와 조직 개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대응 등 중요한 일들을 함께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가 새 검찰총장으로 정식 임명되면 장기간 수장 공백상태에서도 검찰을 안정적으로 이끈 인물에게 검찰 운영을 맡기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서도 현 정부의 사법정책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물을 검찰총장에 앉히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평가다. 이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장관과도 막역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검찰 안팎에선 이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면 현재 진행 중인 문재인 정부와 야권을 겨냥한 수사에 한층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새 정부 출범 후 서해 공무원 피격, 탈북 어민 북송, 산업부 블랙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전 정권 관련 수사도 뚝심있게 밀고갈 수 있는 인물”이라며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가 ‘총장 패싱’ 회피라는 명분보다 지명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수역전…줄사표 가능성은

고검장들보다 후배인 이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들이 줄줄이 사표를 쓸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군대처럼 서열문화가 강한 검찰 내에선 검찰총장보다 기수가 높은 검사는 그만두는 것이 관례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 후보자보다 선배 기수인 고검장·검사장은 10여명이다.

‘기수 파괴’ 주인공이었던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올랐을 때도 간부 물갈이가 화두였다. 윤 대통령은 직전 검찰총장이던 문무일 전 총장(18기)보다 다섯 기수 아래였다. 그가 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후 박정식 전 서울고검장 등 여러 간부가 검찰을 떠났다. 이번에도 간부들이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그 이후 검찰 내부에서도 “기수 역전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과거처럼 대규모 줄사퇴 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김오수(20기) 당시 법무부 차관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취임 이후에도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다가 2년 뒤 검찰총장이 됐다. 현재 법무부 또한 한 장관과 이노공 차관(26기)이 기수 역전 상태로도 매끄럽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