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장악 1년 맞아 아순타 찰스 회장 방한
"우크라 사태로 아프간에 대한 관심 줄어…도움 없이 생존 불가능"
아프간 월드비전 회장 "누군가 당신의 손길로 하루를 더 살아"
탈레반 정권 수립 1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아프가니스탄 월드비전 회장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맞물려 최악의 빈곤과 식량 위기에 처한 아프가니스탄을 잊지 말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아순타 찰스 회장은 17일 오전 국회와 월드비전이 공동 주최한 정책 포럼에 이어 이날 오후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열린 인터뷰 형식의 기자회견에서 "아프가니스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공급망이 위태로워진 동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우크라이나로 쏠리면서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던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찰스 회장은 "전쟁에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들 상황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아프간으로 오던 펀딩 자체가 우크라이나 쪽으로 틀어진 것은 마음이 아프다"며 아프가니스탄에도 지속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찰스 회장은 기후 변화, 코로나19, 분쟁 상황 외에 아프가니스탄에 적용되는 금융 제재도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전하려면 개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제재 때문에 금융기관 펀딩을 받지 못하면서 프로그램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월드비전 회장 "누군가 당신의 손길로 하루를 더 살아"
찰스 회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8년간 NGO 활동을 하며 목격한 여성과 아동들의 처참한 실태도 고발했다.

그는 "8∼9세 여자아이들이 500∼1천 달러에 70대 노인의 아내로 팔려 가 신체적·성적 학대를 받고 있다"며 "100만명 이상의 남자아이들은 하루에 1달러도 못 벌지만 빵 한 조각이라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아프가니스탄 아동들은 지난 20년간 전쟁을 겪으며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감 등 정신건강 문제도 겪고 있다"며 "총격과 폭탄이 끊임없이 이어져 '곧 죽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전반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찰스 회장은 극심한 영양실조로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는 여성들의 실태, 국립병원조차 인큐베이터 등 기초적인 보건의료 시설을 갖추지 못한 현지 상황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좀 더 나은 위치의 한국 국민이 박애 정신을 발휘해 더 힘든 상황에 부닥친 사람을 도와달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수혜자의 입장에서는 단 하루도 타인이 도와주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한국인에게는 의료와 식수 등이 당연시 여겨지지만, 아프간인들에게는 특권으로 여겨진다.

이해와 배려 차원에서 특권을 공유한다면 누군가는 당신의 손길로 하루를 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