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이상 낮을 때도…"열파로 인한 건강위험 저평가"
온난화시대 '체감온도' 인체가 겪는 실제 온도 반영 못 해
기온이 같아도 습도가 높으면 더 덥고 불쾌하게 느껴지는데, 상대습도를 반영해 산정하는 체감온도인 '열파 지수'(HI)가 최근 잦아진 극단적인 기온에서 실제 인체가 느끼는 온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열파 지수를 토대로 여름철 위험 경보를 발령하는데 인체가 느끼는 온도와 많게는 2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제시됐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기후학자 데이비드 롬프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NWS가 이용해온 기존 열파 지수의 한계를 보완한 연구 결과를 학술지 '환경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열파 지수는 호주 과학자 로버트 스테드맨이 1979년 인체가 느끼는 상대적 무더위를 나타내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외부 온도와 습도 조건에서 인체의 호흡 조절이나 피부 모세혈관 혈류 증가와 땀 등 체온을 조절하는 생리적 현상을 고려해 산정했다.

화씨(℉)로 표시되는 열파 지수는 널리 이용돼 왔지만 애초 습도가 80% 이상인 상황에서 88℉(27.2℃)를 웃도는 기온에 대해서는 실제 벌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규정을 해놓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이를 넘는 부분은 나중에 기상학자들이 추론을 통해 완성했지만 인체 생리학에 대한 이해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스테드맨의 계산 방식을 적용해 올 초 새로운 열파 지수를 내놓았으며, 1984∼2020년 미국에서 발생한 100대 폭염 때의 열파 지수와 비교했다.

그 결과, 1995년 시카고 일대를 덮쳐 465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혹서 때 최대 열파 지수는 135℉(57.2℃)로 발표됐지만 실제 체감온도는 154℉(67.7℃)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인근 미드웨이공항의 열파 지수는 141℉(60.5℃)로 그늘에 있는 사람의 피부 모세혈관 혈류가 정상치의 170%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됐지만 당시에는 124℉(51.1℃)로 90%만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다.

당시 일부 지역에서는 피부 모세혈관 혈류가 820%까지 증가한 곳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롬프스 교수는 "장기로 가야 할 혈류가 피부 온도를 올리기 위해 피부 모세혈관으로 몰리면 인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서 "NWS가 이용하고 널리 채택된 근사치는 심각한 열파로 인한 건강상의 위험을 의도치 않게 저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인체는 피부 온도가 내부 온도와 같아지는 98.6℉(37℃)를 넘어서면 내부 온도가 오르며 이상 반응을 시작하는데, 107℉(41.6℃)가 치명적 한계로 여겨지고 있다.

연구팀은 기온이 오르면 습도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열파 지수 생존 한계점인 200℉까지 도달하는 일은 다행히 앞으로 몇십 년 안에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이보다 덜 극단적이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기후는 세계 곳곳에서 다반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