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선공약 설계…대선·인수위 거쳐 안보실 1차장 복귀
빛 못 본 '비핵·개방·3000'…'담대한 구상'엔 北 호응 여부 주목
'비핵·개방 3000' 입안 김태효, 이번엔 '담대한 구상' 주도
15일 세부안이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은 '경제협력을 제시해 북한 비핵화를 끌어낸다'는 큰 틀에서 과거 이명박(MB) 정부 시절 '비핵·개방 3000' 2.0 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담대한 구상' 세부안 마련을 주도한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비핵·개방 3000' 을 입안했던 당사자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6개 경제부문 지원책으로 구성된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과 의미를 설명했다.

브리핑은 김 1차장이 맡았다.

김 1차장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초기 협상 과정에서부터 경제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고 밝혔다.

선(先) 비핵화 기조를 앞세워 북한이 비핵화·개방시 1인당 소득 3천 달러 사회가 되도록 해주겠다고 한 과거의 '비핵·개방 3000'과 다른 차원의 로드맵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또 경제뿐 아니라 북한 체제안정과 연관된 군사·정치 부문 조치도 마련된 종합플랜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공개돼야 한다며 언급을 삼갔다.

김 1차장은 이번에 안보실과 외교·안보 관계부처가 '담대한 구상'의 세부 내용을 마련하는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대한 구상'(Audacious Initiative)'이라는 이름도 명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인 김 1차장은 지난해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공식 합류했고,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안보실 1차장에 발탁됐다.

이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자문을 맡았고 2007년 대선 때 '비핵·개방3000' 구상을 입안했던 이력 때문에 지난 5월 10일 취임사에서 '담대한 구상'이 등장한 직후부터 두 전략을 한데 놓고 비교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핵·개방·3000'과 비교하면) 대폭 바뀌었다"며 '업그레이드'를 강조했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일찌감치 거부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라졌다.

'담대한 구상'의 운명도 북한이 어떻게 결단하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제재를 통한 압박과 군사대비태세 강화를 유지하면서도 대북 협력 메시지의 지속적인 발신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견인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