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치 2주' 교통사고 냈다고 귀화 취소…법원 "처분 부당"
교통사고를 낸 전력을 들어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며 중국인의 귀화 허가를 취소한 법무부 조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중국 국적의 A씨가 한국 법무부를 상대로 낸 '국적 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3년 한국에 입국한 A씨는 2020년 8월 법무부로부터 문자 메시지로 '귀화 신청이 허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국적증서 수여식은 추후 열릴 예정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던 A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법무부는 같은 해 11월 국적법상 '품행 단정의 요건'을 언급하며 A씨에게 귀화 불허가를 통지했다.

교통사고로 약식명령을 받아 품행이 단정하지 않으니 앞서 귀화를 허가한 건 무효라는 것이다.

A씨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법무부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A씨가 낸 교통사고가 귀화를 취소할 만한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법무부가 A씨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아 절차적 위법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에서는 문자메시지로 통보된 귀화 허가의 효력도 쟁점이 됐다.

법무부는 "문자메시지 방식은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적법한 통지 방식이 아니다"라며 '문자 허가'를 정식 귀화 허가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당시 A씨가 받은 메시지에는 '귀화 허가를 받은 사람은 법무부 장관 앞에서 국민선서를 하고 국적증서를 수여받은 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라고도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문자 통보가 "주체나 내용, 절차와 형식을 모두 갖췄다"면서 법무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적 업무처리지침에는 귀화 허가 통지를 '우편 등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문자메시지도 여기에 포함된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귀화증서를 수여하기 전이라고 해서 당사자에게 통지된 귀화 허가심사 결과를 임의로 번복할 수는 없다"면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