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노동·교육개혁 강조했지만 교육·복지장관 연속 낙마
학제개편 논란 치명타…코로나19 재유행 속 방역수장 공백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새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로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완화한다는 기조 아래, 경제·산업과 연계한 효율성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국정과제 이행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정작 해당 부처의 장관이나 후보자가 도덕성이나 자질 문제,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논란 끝에 계속해서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시동이 걸린 3대 개혁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尹정부 100일] ⑤ 3대 개혁 추진…잇단 '장관 리스크'에 발목
◇ '만 5세 입학' 암초에 걸린 교육개혁…'주 52시간 개편' 노동개혁도 난항 예상
교육부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교육부는 필요 없다", "경제 부처라고 생각하라" 등의 강한 주문과 함께 반도체 등 첨단인재 양성 부처로서의 기능을 중점적으로 살리라는 '특명'을 받았다.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자리는 공석이었다.

애초 초대 사회부총리로 지명됐던 김인철 후보자가 '온가족 풀브라이트 혜택 의혹' 등으로 낙마했고, 뒤이어 지명된 박순애 후보자는 만취 운전·논문 표절 등 논란 속에 국회 원 구성 지연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부총리는 결국 청문회 없이 취임해 반도체 관련학과 신·증설을 통해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풀어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키우기로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만 5세 입학 논란'이라는 대형 암초가 등장했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대통령에게 한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등 학제개편안을 포함했다.

윤 대통령도 이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런 학제개편안은 발표하자마자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유치원, 각 시도 교육청, 교사, 학부모 등 교육계와 정치권 할 것 없이 거센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연일 성명 발표와 집회가 이어졌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학력, 발달이 미숙한 아이들을 당장 2025학년도부터 한해 일찍 학교에 보낸다는 내용도 문제였지만,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는 학제개편안을 아무런 논의 없이 불쑥 발표한 뒤 논란이 되자 돌연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오락가락한 대응이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박 부총리가 대통령 임명 재가 35일 만에 사퇴하면서 두 번 연속 교육부 수장(후보자)의 낙마라는 뼈아픈 기록을 윤석열 정부에 남기게 됐다.

이런 여파로 교육부는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고교체제 개편, 교육과정 개정,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디지털·첨단 인재 양성, 고등교육 규제 혁신,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 등 그동안 예고된 각종 교육 개혁 과제의 추진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尹정부 100일] ⑤ 3대 개혁 추진…잇단 '장관 리스크'에 발목
노동 분야에서는 주 52시간 유연화를 핵심으로 한 근로시간 개편이 첫번째 개혁 과제로 제시됐지만 이 역시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월 주 52시간제를 비롯한 현행 근로시간 제도와 호봉제로 대표되는 현행 임금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거쳐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을 토대로 정해지는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지난달부터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을 토대로 구체적인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구회는 오는 11월께 제도 개선 방안을 정부에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주 52시간제 개편이 사실상 주 52시간제 '무력화' 시도라고 주장하면서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노동부는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로 문제점이 드러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원청과 하청업체 직원 간 근로조건과 임금체계가 확연히 다른 것을 일컫는다.

하청업체 직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원청업체 직원들과 거의 같은 일을 일하면서도 그들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현재 공석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임명되는 대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尹정부 100일] ⑤ 3대 개혁 추진…잇단 '장관 리스크'에 발목
◇ 연금개혁·코로나 대응 지휘할 복지부 장관도 공석
중대 현안이 산적한 보건복지부 역시 정호영·김승희 후보자가 각종 논란 끝에 연달아 낙마해 이전 장관 퇴임 후 80일 넘도록 수장이 공석인 초유의 사태로 표류하고 있다.

우선 연금개혁부터 갈 길이 멀다.

앞서 2018년 4차 재정계산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고, 국회예산정책처는 2055년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해 재정 악화에 대비한 개혁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 마련을 위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본격 착수하면서 연금개혁은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단 장관이 임명돼야 연금개혁도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는 4개월째 비어있다.

지난 10일 지원자 모집이 마감된 가운데 공개 모집부터 임명까지 보통 한 달 정도가 걸리지만, 최종 후보를 복지부 장관이 추천해야 하기 때문에 이사장 선임은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복지부 장관 공백이 더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주기적으로 재유행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방역 컨트롤타워' 수립이 절실하다.

저출생·고령화 대비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각종 복지 현안들도 수장 공백 사태로 아직은 특별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복지부는 조규홍 1차관과 이기일 2차관이 각각 복지, 보건 분야 현안을 이끌고 있다.

세부 정책을 조율하는 핵심 실국장 인사는 장관이 부재한 상태에서 지난 12일에야 마무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