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출근했던 공공기관과 형평 문제도…"직원 위험에 노출하는 게 맞나"
[집중호우] 코로나 때도 재택했는데…"그 폭우 속에 출근"
"폭우를 뚫고 정말 출근해야 하나요.

"
최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자연재해로 출근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재택근무를 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2년여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은 재해 때에도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폭우가 이어진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내내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집에서 명동 인근 회사로 출근했다는 백모(32)씨는 12일 "출퇴근을 하느라 길에서만 거의 5시간을 허비했다"며 허탈해했다.

백씨는 "마을버스는 오지도 않고, 결국 비를 다 맞으면서 30분간 걸어서 지하철역까지 갔다"며 "회사 사람들 대부분이 흠뻑 젖은 상태로 나왔다.

이렇게까지 해서 사무실로 출근해 일하는 건 소모적"이라고 했다.

경기도 과천에서 서울 서초구로 출근하는 신모(34)씨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다들 재택을 했는데 무리 없이 업무가 돌아갔다"며 "천재지변 상황이 흔한 것도 아니고, 이럴 땐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때 업무 효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재택근무가 확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점점 빈번해질 폭우, 태풍, 폭설 등 자연재해 때 재택근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이미 경험했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도 갖춰졌다는 점에서 자연재해 발생 때는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면서 "다만 재택근무가 업무에 차질을 주느냐 마느냐를 판단하는 건 관리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면으로 협업을 한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는 입장과 그 반대의 입장으로 갈리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집중호우] 코로나 때도 재택했는데…"그 폭우 속에 출근"
이번 폭우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형평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폭우 둘째 날이었던 9일 공공기관이 출근 시각을 오전 11시로 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재난을 수습해야 할 공무원들이 늦게 출근한다"며 불만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경찰관, 소방관, 의료인 등 사회필수인력과 제조업·서비스업 등 비대면 근무가 불가능한 업종을 제외하고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재택근무 자체에 대한 조항은 따로 없다.

사업장이 취업 규칙, 인사 규칙 등을 만들거나 개정해 필요할 때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는 등 회사 자율에 맡기는 상황이다.

지석만 노무사는 "코로나19 때에도 회사 내부에서 관련 규정을 만들어서 재택근무를 시행한 선례가 있다"며 "이번 폭우 때 대기업에서는 사원들에게 출근중지명령도 내렸는데, 직원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렇게 하는 게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 법률을 마련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