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의 빗물에 잠긴 도로'. 사진=뉴스1
"서울서 퇴근하는 길이었는데, 내비가 침수된 길로 안내해서 침수 길 코앞에서 돌아 나왔네요." "저도요. 중앙선 넘어 겨우 우회했네요."

"xx지하차도 밤에 괜찮을까요? 어젠 물 찬 것 보고 우회했는데."

"아침에 집 근처 지하도 하나가 침수로 통제됐는데, 내비가 자꾸 거길 통과하게 안내하더라고요. 경로를 아무리 바꿔도 거길 안내하길래 경유 포인트를 찍어서 겨우 빠져나왔네요."

이번 물난리로 ‘교통 대란’을 겪은 시민들은 도로가 침수되고 대중교통이 마비되더라도 정확히 안내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절감했다.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평소 운전자들에게 유용한 도우미가 돼줬던 내비게이션 앱이 ‘폭우’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는 글이 수십 개 씩 올라왔다. 9일 침수된 길을 지나갔던 운전자들은 10일 출퇴근길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다발적 도로 침수엔 내비도 역부족


내비게이션 앱은 그동안 쌓인 시간별 차량 통행량 데이터와 경찰청 통제정보를 조합해 길을 우회해야 할지 알려준다. 일부 내비 앱은 경찰청, 지자체와 연계해 사고와 침수 통제 여부도 알려준다.

카카오내비, 티맵 등 내비 앱들은 도로 정체 여부를 판단해 운전자에게 '우회로'를 알려줄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침수 여부로 우회로를 알려주는 기능은 각 지자체와 경찰서 등의 '통제 여부'에 의존한다는 설명이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도로에 문제가 있어서 정체되면 우회 안내를 하는 게 기본적인 로직"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20여년간 쌓인 특정 도로의 빅데이터와 실시간 교통정보를 조합해 정체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실시간 정보와 교통 빅데이터는 각각 2대 8 내지 3대 7로 반영되는데, 도로·상황 등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이 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운전자가 곧 지나갈 길은 실시간 비중이 높고, 남은 길은 빅데이터로 안내하면서 계속해서 실시간 정보를 반영해가는 방식으로 도로를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이 실시간 정보는 각 지자체와 경찰청 등과 협력해 통보해 오는 대로 반영된다. 그런데 9일과 10일엔 유독 '침수도로 누락'이 많았다. 경찰청과 지자체 등에서도 도로 침수 여부가 파악되지 않아 바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각 지자체도 1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동시다발적인 도로 침수'를 겪었기에 정보 업데이트가 늦었다.

오히려 침수도로를 '정상' '원활' 등의 초록색으로 판단한 사례가 많았던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사람들이 폭우에 차를 끌고 나오지 않아 실시간 교통량이 적어 데이터가 더 부정확했던 면이 있었다"고 했다.

내 출근길 정보 알 방법 없나?


도로 침수 여부는 개인이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교통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의 교통정보시스템에 접속해 ‘통제’ 탭을 선택하면 현시점 통제 도로를 안내받는 식이다. 그마저도 통제가 이뤄지고 나서야 데이터가 반영돼 실시간 정보를 알기엔 역부족이다. 지자체별로 인터페이스가 제각각이고 모바일 페이지도 미비하다는 불만도 많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국가교통정보센터 앱은 고속도로·국도 안내 위주라 시·군·구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를 알 수 없다. 지하철 운행 여부는 그나마 안내 문자나 뉴스로 접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상황이 벌어진 후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 사당동과 양재동을 잇는 서초 터널에선 점심 무렵까지 도로와 터널에 차량이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았다. 연료가 소진된 차를 놓고 터널을 벗어나거나, 운전자들이 소변을 보기 위해 차를 그대로 둔 채 터널 밖으로 나오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사태는 양재 IC 일대를 통제하면서 벌어졌다.

운전자들이 교통방송 라디오를 결코, 인터넷 커뮤니티, 오픈 카톡방 등을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한다고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전광판 안내가 있었다곤 하지만 운전자 대부분이 차를 움직이지 못하는 가운데, 도로 상황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직장인 김규상 씨(38)는 "다음번 폭우가 와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치수도 중요하지만, 모바일 시대에 맞게 알맞은 교통 안내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대훈/선한결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