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이 물에 잠겼다"…폭우 속 정전까지 '불안한 밤샘'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8일 안양과 성남 등 경기남부 지역 아파트에서 잇따라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9일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한 아파트 단지 8층에 거주하는 제보자 이나경(20) 씨는 8일 밤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다가 창밖 너머 도로가 물에 잠긴 모습을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중부 집중호우] 안양·성남 등 아파트 침수 피해 잇따라
바깥 상황이 심상치 않아지자,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걱정된 아버지가 내려가 보니 이미 주차장엔 성인 허리높이까지 빗물이 들이찬 뒤였다.

엘리베이터 통로 안쪽으로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듯한 물소리가 계속됐고, 자정 무렵엔 단지 전기가 모두 나갔다고 했다.

이 씨는 "1층 현관까지 물이 찬 상태고 정전도 1시간 넘게 이어지는데 어떠한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아 부모님, 동생과 거실에 비상등을 켜고 있다"며 "아파트 옆을 지나는 안양천 물이 불어나면서 침수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내일 온 가족이 여행을 가려고 펜션 예약을 했는데, 자동차가 물에 잠겨 여행은 취소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비슷한 시각 성남시 중원구 한 아파트 단지 1층에 거주하는 이찬신(43) 씨도 단지 옆 야산에서 토사와 빗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집 밖으로 나왔다.

[중부 집중호우] 안양·성남 등 아파트 침수 피해 잇따라
빗물이 순식간에 도로 위를 덮치면서 물길이 만들어졌고, 도로에 주차된 차량 몇 대는 빗물에 쓸려내려 갔다고도 했다.

빗물과 함께 흘러내려 온 돌덩이들이 이씨 아파트 정문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차량을 이용해 다른 곳으로 대피할 여건도 못 된다고 했다.

이 씨는 "아파트 바로 뒤가 옹벽이라 밤새 비가 더 내리면 어떤 사고가 또 날지 몰라 걱정되는 마음에 밖에 나와 있다"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8일 0시부터 9일 오전 1시까지 경기남부 누적 강수량은 경기 광주(퇴촌) 334.5㎜, 양평 302.2㎜, 여주(산북) 263㎜, 성남(분당) 250㎜, 부천 243.5㎜, 안양 183㎜ 등을 기록 중이다.

아직 곳곳에 강한 비가 내리고 있어 지역별 누적 강우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피해는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