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가 계층 격차 따라 쏠리지 않아야"
또 가난 먼저 덮친 재난…폭우에 반지하 주민 잇단 참변
재난은 늘 가난 먼저 덮치는가.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8일 밤. 서울에서는 반지하에 사는 일가족과 혼자 거주하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목숨을 잃었다.

영화 '기생충' 속 후반부 한 장면처럼 반지하 방에 들이친 빗물은 순식간에 방 전체를 삼켰고,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은 세상과 단절됐다.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은 이웃들의 필사적인 구조에도 수 분 만에 집 안에 물이 차오르면서 모두 숨졌다.

계속 불어난 물에 두 시간 넘게 지나서야 발견됐다.

사망자 중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었다고 한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참변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구하려고 애썼던 이웃들은 큰 트라우마를 안게 됐다.

이웃들은 물이 허리까지 차 경찰관도 소방관도 손을 쓸 수 없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일가족의 비극을 안타까워했다.

큰비가 올 때마다 언제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커졌다.

동작구 상도동에서 폭우로 변을 당한 50대 역시 반지하에 살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공식적으로 장애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이웃들은 지적 장애가 있었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전날 밤 폭우로 집 안에 물이 급속하게 들어오면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이후 구조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사회가 불평등하듯 재난도 불평등하게 닥친다.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이 늘어날 텐데 그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본격적으로 기후변화가 오면 기존 하수시스템으로는 물 폭탄에 감당할 수 없는 범위에서 피해가 생길 것"이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이번 비 피해도 계층 간 격차가 그대로 반영됐다.

기후 변화 때문에 이런 피해들이 반복될 것이라는 걸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면서 "취약계층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상하수도 등 인프라와 환경 개선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자치단체별로 예산 차이도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그 격차를 해소할 만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