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만5세 입학 학제 개편’ 논란 속에 지난 8일 임명 36일 만에 사퇴했다. 교육부 장관의 ‘단명’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역대 교육부 장관은 대부분 재임 기간이 1년을 겨우 넘길 정도로 짧았다.

교육부 장관 또 단명…'대통령 아바타' 탓?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대 장관부터 박 전 부총리까지 교육부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은 약 15개월에 불과하다. 최단 기간 재임한 교육부 장관은 2005년 6일 만에 사퇴한 이기준 장관이다. 서울대 총장 시절 판공비를 과다 지출해 도덕성 시비에 휘말린 데 이어 장남의 이중 국적과 병역도 문제가 됐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임명된 송자 장관은 취임 전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편법으로 주식을 취득했다는 의혹으로 24일 만에 사퇴했다. 2006년에는 노무현 정부의 김병준 장관이 논문 표절 의혹으로 13일 만에 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교육부 장관이 유독 단명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관심 때문이란 분석이다. 박 전 부총리도 학부모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만5세 초등 입학’이나 ‘외국어고 폐지’ 정책을 갑작스레 꺼내들었다가 학부모들의 극심한 반발에 밀려 사퇴했다. 황우여 장관(박근혜 정부)은 국정 교과서, 김상곤 장관(문재인 정부)은 정시 확대 문제로 국민적 반대를 겪다 경질됐다.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의 아바타’처럼 쓰이고 버려진다는 분석도 있다. 역대 교육부 장관을 연구한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2018년 논문을 통해 “한국의 대통령들은 교육부 장관을 자신의 아바타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관이) 직을 유지하려면 청와대 조정에 응해야 하고, 따르지 않으면 폐기 경고가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아바타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교체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그를 희생 제물로 활용하며 위기를 넘기곤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부처 장관보다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도 높다. 학생과 교사들의 모범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 전 부총리는 후보자 시절부터 음주운전, 논문 중복 게재, 자녀 입시 컨설팅 등의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에 앞서 후보자로 지목됐던 김인철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술집에서 논문을 심사했다는 ‘방석집 논란’에 사퇴했다.

교수 출신이 많아 정치력 행정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역대 교육부 장관 중 66% 이상이 교수 출신이다. 이 중에는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다른 분야 교수인 경우가 대다수다. 박 전 부총리도 행정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명박 정부의 김도연 장관은 재료공학, 박근혜 정부의 이준식 장관은 기계공학부 교수였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