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자진사퇴설이 불거진 8일 교육부는 “(박 부총리의) 거취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이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9일 국회 출석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박 부총리) 거취 관련 내용에 대해 교육부는 아직 들은 바 없다”며 “서울에서 비공식 내부 회의를 진행 중이고 교육위원회 출석에 대비해 현안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교육부 업무보고 이후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에 이어 ‘외국어고 폐지’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지난 4일 교육부 브리핑 이후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한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박 부총리는 9일로 예정된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위해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실·국장들과 함께 주요 현안을 점검했다는 게 교육부 측 설명이다.

박 부총리는 국회 일정 이후 오는 12일까지 공식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도 원래 박 부총리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장상윤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취임 이후 연일 현장을 방문하며 소통을 강조하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하고, 학부모 단체와 긴급 간담회를 여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반발 여론이 줄어들기는커녕 사퇴 압력으로 오히려 더 증폭되자 공개 행보를 일시 중단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어 이를 조율하기 위한 내부회의를 한 뒤 다음주부터 공개 일정을 갖고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안이 삭제된 것에 대해선 “대통령 업무보고와 달리 축약된 부분이 있다”며 “기조실에서 여러 내용을 전체적으로 축약하는 과정에서 문장이 생략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교육부가 박 부총리의 낙마설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부총리가 결국 자진 사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과 외고 폐지 방안에 따른 반발 여론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고, 도덕성 논란도 해결되지 않아 사퇴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날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박 부총리가 오늘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안다”며 “문제가 있는 교육부 장관 거취와 공석인 복지부 장관 인선 문제를 빨리 매듭짓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