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광고에 ‘좁쌀 케어’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화장품법에서는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해할 수 있는 표시를 금지하는데 이 표현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A화장품업체가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상대로 “광고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민감성 좁쌀 피부를 위한 케어 솔루션’이라는 광고 문구를 썼다. 또 화장품에 ‘즉각적인 좁쌀 케어’ ‘좁쌀 재발 방지’ 등의 홍보 표현도 적어놨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광고가 소비자에게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지난해 10월 광고를 3개월간 정지시켰다. 화장품법 제13조는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화장품에 아토피, 여드름, 건선 등이 포함된 표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식약처는 A사의 광고에 표현된 ‘좁쌀’ ‘면포’ 등이 우회적으로 여드름을 떠올리게 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사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A사는 “좁쌀은 피부 결에 관한 비유적 표현으로 여드름 등 특정 질병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에도 ‘좁쌀’ 등의 표현을 쓰지 말라는 설명이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일반 소비자에게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며 식약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A사는 광고에서 ‘3종 좁쌀 데일리 케어’라는 문구 아래에 피부에 오돌토돌한 종기가 있는 사진을 첨부했는데, 이는 모두 여드름성 피부 사진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화장품 인체적용 시험 결과에 따르면 최소 2주 이상 사용해야 유의미한 피부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데, ‘즉각적인 좁쌀 케어’라는 표현이 마치 A사 화장품이 의약품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면포 개수 감소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 A사의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2개월의 광고 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재판부는 이 또한 정당한 처분이라고 봤다. A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