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종종 차단기 고장"…경보음 작고 시야 확보 안 돼
택시 충돌 사고 난 해운대 해변열차 건널목 '위험천만'
"언젠가는 사고가 한번 날 줄 알았습니다.

"
지난 6일 100명이 탑승한 관광해변열차와 택시가 충돌하면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변열차 청사포 정거장 인근 건널목을 8일 연합뉴스 취재진이 찾았다.

해변열차 운영사인 블루라인파크는 택시가 진입할 당시 신호수(안전요원)가 있었고 황색 점멸신호에 열차 진입 알림음도 울린 상태라 택시 측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천 명의 관광객이 오가는 이곳은 평소에도 보행자와 차량 안전사고가 우려되던 지점이었다고 인근 주민과 관광객은 입을 모은다.

이곳에서 수십 년째 거주하는 A씨는 "열차가 시속 15㎞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달려 겉으로는 위험해 보이지 않지만, 건널목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항상 사고 위험이 존재하던 곳"이라고 말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이틀 전 사고 당시에도 건널목 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지점 건널목은 양쪽에 총 2개의 차단기가 설치돼 있는데 사고 당시 택시가 진입하던 쪽 차단기는 올라가 있었고 건너편 차단기만 내려져 있었다.

차단기가 올라가 있어 진입했던 택시는 반대편 차단기가 내려져 있자 잠시 멈췄고 그 순간 열차가 택시를 들이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블루라인파크 측은 "차단기를 신호수가 리모컨으로 작동시키는데 그날따라 작동이 잘 안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들은 "한쪽 차단기가 열린 상태에서 열차가 지나간 적이 종종 목격됐다"며 "이곳은 동해남부선으로 쓰일 당시에도 사고가 자주 발생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이틀 전 사고 여파로 차단기 한쪽이 부서져 있었지만, 열차는 정상 운행되고 있었다.

택시 충돌 사고 난 해운대 해변열차 건널목 '위험천만'
' />
취재진이 직접 차를 몰고 해당 건널목을 통과해본 결과 사고지점은 차단기가 내려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신호수를 조금만 늦게 발견하면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였다.

열차 진입 경보음도 너무 작아 차 안에서는 들리지 않았고, 건널목 옆에 있는 건물이 운전자 좌우 시야를 가려 열차 진입 여부 등을 쉽게 알기 힘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블루라인파크, 택시 운전자 모두에게 과실이 있어 보인다"며 "차단기가 내려가야 하는데 안 내려갔고, 택시 기사도 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 택시 기사가 신호수를 봤는지 여부는 현재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공공 개발해 관광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해운대 해변열차는 개장 후부터 많은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잇따른 사고로 안전성에 논란을 빚고 있다.

2020년 10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해변열차는 개장 이틀 만에 열차가 선로를 이탈한 사고가 발생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선로 용접 작업 중 인근 야산에 불을 내기도 했다.

이달 2일에는 해변열차 위 공중레일을 달리는 4인용 스카이 캡슐에서 전기통신 계통에 문제가 발생해 하루 동안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택시 충돌 사고 난 해운대 해변열차 건널목 '위험천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