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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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는 학제 개편안을 철회하라는 반발 기류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외국어고 폐지안을 반대하는 또 다른 ‘후폭풍’까지 덮쳤다. 정책 제안자인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강도를 더해가는 상황.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박 부총리는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일정 전면 취소’ 배경에 관심
7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 부총리는 당분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학기 방역·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박 부총리는 브리핑 후 학제개편 논란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들을 피해 서둘러 자리를 떴다. 당일 오후 국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책 토론회에는 장상윤 차관이 대신 참석했고, 다음날 예정돼 있던 서울 유치원 현장 방문도 취소됐다. 취임 이후 연일 현장을 방문하며 소통을 강조하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교육부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박 부총리는 최근 만 5세 입학 논란이 커지자 예정돼 있던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지난달 29일 대통령 교육부 업무보고 이후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하고, 학부모 단체와 긴급 간담회를 여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반발 여론이 오히려 더 커지자 공개 행보를 중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4%까지 떨어진 데에 학제개편 논란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있는 것에도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9일 첫 국회 상임위원회가 예정돼 있는데 그간 자료 요청이 많이 들어왔고 질의도 많을 것으로 예상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안이 정리되면 언론과도 다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9일 국회 교육위 출석 ‘최대 고비’
외고를 비롯한 고교체제 개편안을 놓고도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자사고는 존치하고, 외고는 폐지 또는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외고 측과 학부모들은 “외고만 폐지하자는 근거가 뭐냐”고 반발했다. 학제 개편안의 파장이 워낙 커서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논란이 더욱 불붙는 모습이다. 외고 학부모 220여 명은 5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외고 폐지 정책을 철회하고 박 부총리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전국 30개 외고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도 “시대착오적·반교육적 정책”이라며 폐지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이번에도 업무보고를 번복하고, 연말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은 싸늘한 분위기다.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박 부총리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정책을 일방적으로 꺼낸 뒤 며칠 만에 말을 바꾸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책 신뢰도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는 9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어 교육부, 국사편찬위원회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소위원회 구성도 논의한다. 박 부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처음 국회 상임위에 출석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야당이 음주운전과 논문 표절 관련 문제는 물론, 만 5세 입학, 외고 폐지 등 정책 논란까지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올릴 기세여서 사실상 인사청문회가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