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희 전문대교협회장은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직업교육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기자
남성희 전문대교협회장은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직업교육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기자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려면 전문대 수업연한을 2~3년에서 1~4년으로 다양화해야 합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대구보건대총장)은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기 내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업연한 다양화는 전문대들의 오랜 숙원이다. 현재는 간호분야만 4년제를 제한적으로 운영할 뿐 나머지 전문대 전공은 2~3년제에 묶여 있다. 전문대들은 반도체, 금형, 자동차, 건축, 유아교육 등의 분야는 2~3년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 같은 규제를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 회장은 “예를 들어 뷰티학과에서 미용기초만 배워서 빨리 졸업하고 싶은 학생은 1년 만에 졸업하게 해주고, 화장품에 대한 성분 분석까지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4년까지 공부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경광학과, 웹툰학과, 실용음악과 등은 과거 전문대 전공이었지만 지금은 4년제 대학도 개설해 전문대들이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이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교육법 제정 추진

남 회장은 더 나아가 ‘직업교육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반대와 전문대 간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해 전문대의 직업교육 정체성을 확보함으로써 정책 수립 및 재정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남 회장은 “직업교육법을 통해 현행 고등교육기관을 기능에 따라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며 “학문연구중심대학은 학부 정원 감축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고, 직업교육중심대학은 전문대, 산업대, 기술대, 폴리텍대 등을 포괄하는 실무중심대학으로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일괄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기보단 고등교육기관 간 기능 중복을 해소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전문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규제 혁파를 꼽았다. 남 회장은 “전문대는 일반대보다 실습수업이 많고 최신 기자재 활용도가 높아 교육단가가 높다”며 “등록금 대비 투자 비중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14년째 일반대와 동일한 획일적인 방식으로 등록금을 동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물가 상승 등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라서 정부도 고민이 많겠지만,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서도 등록금 관련 규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폐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회장은 “성인학습자들에 대한 직업교육 지원 강화를 위해 평생직업교육장학금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중기적으로는 전문대 무상교육제도와 고등직업교육교부금제도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생태계의 중심은 전문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도 요구했다. 남 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전문대는 계층 상승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며 사회 안전망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며 “전문대는 고등직업교육을 통해 졸업생의 약 6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공급하고 있고 지역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지역 균형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들은 이 같은 이유로 대부분 국가 책임하에서 고등직업교육 지원 체계를 정책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며 “전문대를 중심으로 지역경제 생태계 모델이 정착될 수 있도록 새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