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업체의 KS 규격 미달 '불량 레미콘' 생산·납품 도와

레미콘 배합 비율을 조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레미콘 제조 업체가 불량 레미콘을 생산, 수도권 건설 현장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운 4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레미콘 배합 비율 조작 프로그램 만든 40대 2심도 집행유예
수원고법 형사2-1부(왕정옥, 김관용, 이상호 고법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방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레미콘 배합 비율을 속인 KS(한국산업표준) 규격 미달 레미콘을 납품하면서 건설사에는 약정한 대로 레미콘을 배합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제출한 레미콘 제조 업체 임직원들의 사기 범죄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들로부터 레미콘 배합 비율을 조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범행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범행을 도운 레미콘 제조 업체는 원가 절감을 위해 시멘트와 자갈 함량을 줄여 만든 KS 규격 미달의 레미콘 125만㎥(레미콘 20만대분, 900억원 상당)를 아파트, 오피스텔, 공장, 각종 관급공사 등 수도권 건설 현장 170곳에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원심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주요 양형 요소를 두루 참작해 결정된 것으로 인정된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시멘트량이 줄어들 경우 초기강도 저하나 건물 균열 등의 문제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 신체와 재산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어 사안이 가볍지 않다"며 "범행을 주도한 정범들의 편취액도 900억원에 이르는 점 등은 불리한 사정"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대부분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정범들이 속한 업체가 레미콘을 공급받은 피해 업체들을 위해 피해 금액 일부를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한편 A씨가 범행을 도운 B씨 등 해당 레미콘 업체 임직원들은 다른 지역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등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