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 탈출 가능했는데…끝까지 환자 돕다 숨진 간호사
경기 이천시 한 상가건물에서 난 화재로 건물 4층에 입주한 병원 환자와 간호사 등이 숨졌다. 간호사는 끝까지 투석 환자를 돕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이천시 관도동 4층짜리 학산빌딩에서 발생한 화재로 4층에 입주한 신장투석전문병원인 열린의원에서 인명피해가 대거 발생했다. 해당 병원에선 투석 중인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이 숨졌다. 이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려다 끝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천소방서 측에 따르면 3층에서 불이 시작돼 연기가 올라오긴 했으나 서서히 들어왔기 때문에 대피할 시간이 충분했다. 여건상 간호사는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는데 환자 때문에 병실에 남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진입했을 당시 간호사들은 환자들 팔목에 연결된 투석기 관을 가위로 자르고 대피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 팔에 연결된 투석기 관은 작동 도중엔 빠지지 않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아 대피 시간이 더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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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숨진 간호사는 아버지의 팔순을 하루 앞두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의 남편은 "아내는 '막노동'으로 불릴 정도로 고된 투석 병원 일도 오랜 기간 성실히 해내던 사람"이라며 "병원에서도 '고참 간호사'로 통해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일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평소 환자를 살뜰히 챙기던 성격상 불이 났을 때도 어르신들을 챙기느라 제때 대피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처음 불이 난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스크린골프장이다. 골프장은 폐업을 앞두고 있어 최근 영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린골프장 내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날 오전 10시 17분께 발생한 불은 1시간 10여분 만인 오전 11시29분께 꺼졌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