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비반려인 고성, 경찰까지 출동…지자체, 해결책 못찾아 골머리
"출입 제한해야" vs "모두의 공간"…도심공원 속 반려견 갈등
"누구라도 기분 좋게 공원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묘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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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근린공원에서 반려인(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비반려인들이 목줄 착용과 배변 처리 등을 놓고 빈번히 충돌해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오전 10시께 대구 만촌동 화랑공원.
평일 오전이었지만 공원 곳곳에서 반려견과 산책 중인 반려인들과 운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로 활기가 돌았다.

공원 정자와 산책로 주변에는 관할 수성구가 내건 반려동물 목줄 착용 등을 안내하는 현수막도 내걸려 최근 이곳 분위기가 감지됐다.

구에 따르면 올해 만촌동 화랑공원을 이용하는 반려인과 비반려인들의 갈등이 심해지며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최근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고성을 주고받거나 다툼이 격해져 112가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구에 따르면 비반려인들은 반려견이 잔디밭 위에서 목줄을 하지 않고 다니거나 배변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이날 공원에서 만난 A씨는 "공원에 사람 반, 강아지 반일 때도 있다"며 "비가 내리는 날에는 강아지 배변을 안 치우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냄새가 진동한다"고 했다.

이어 "반려견 때문에 싸움도 많이 일어난다.

구청에서 반려견 입장 시간을 정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견과 산책 중이던 B씨는 "비반려인들의 불만을 알고 있다"며 "배변 봉투를 3~4개씩 더 들고 다니면서 버려진 배변을 치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원래 공원은 사람이나 반려견이나 다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하며 "구청에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출입 제한해야" vs "모두의 공간"…도심공원 속 반려견 갈등
늘어나는 민원에도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구는 공원 내 반려동물 공간을 별도로 조성하기 위해 최근 방문객 대상 설문조사도 했지만, 당초 양측 입장이 팽팽해 선뜻 조치에 나서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랑공원에 반려동물 공간이 만들어지면 타지역 반려인들까지 한 번에 몰리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시민 의견도 있다.

구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천500만이라고 하지 않나.

반려인이 확 늘어나면서 민원도 많아지고 있다"며 "설문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법에 근거한 조치는 내릴 수 없는 실정"이라며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서 기분 좋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합의점이나 묘안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화랑공원 주변에는 600~800세대 아파트들과 초등학교, 도서관, 문화센터 등이 모여 있다.

이로 인해 평일 하루 50~60명, 주말 1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찾아온다고 구는 설명했다.

반면 공원 넓이 4만 5천㎡, 산책로 전체 길이 400m로 크기는 비교적 소규모인 근린공원이다.

구는 임시방편으로 주 3회 인력을 투입해 목줄 착용과 배변 처리 등을 계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