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파행 일단락…국힘이 김동연 지사에 내건 요구사항은? [경기도는 지금]
6·1 지방선거 이후 광역자치단체 의회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가동되지 못했던 경기도의회가 마침내 정상화할 전망이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임시회 개최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도의회 임시회에선 가장 먼저 민생 추경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각종 요구 조건을 내걸면서 갈등의 불씨도 남아있다.

곽미숙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사진)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남종섭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이 제안한 원 구성을 위한 임시회 개최를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의회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추경 통과를 위해서라도 오는 9일 임시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경기도의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78석씩 나눠가진 구도로 극한 대립이 지속돼왔다. 지난달 1일 개원 이후 의장 선출을 놓고 양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 시민단체들의 의회 규탄이 이어졌고, '유일하게 파행을 거듭하는 광역의회'라는 오명도 따랐다.

곽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양당 대표의원과 김 지사와의 '3자 회동'을 공식 요청했다. 그는 "김 지사가 말했듯 지금 경제 위기가 매우 심각하고 도민들의 어려움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며 "정파를 떠나 여야정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곽 대표는 도와 여야간의 '여야정 협의체'에도 '김 지사가 직접 참석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는 여야정 협의체에 도 대표로 경제부지사를 참석시키겠다는 입장을 나타내 왔다.

국민의힘 "경제부지사 권한 조정해야"

눈에 띄는 대목은 곽 대표가 "경제부지사에 도정의 주요 업무가 지나치게 편중돼어 있는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업무 분장을 다시 해야한다"고 언급한 점이다.

곽 대표가 거론한 '이번 사태'는 김용진 전 경제부지사의 술자리 논란으로 여겨진다. 김 전 부지사는 경제부지사 임명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도의회 여야 대표단과의 만찬에서 술잔을 던졌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곽 대표의 '사태의 원인' 발언은 경제부지사 권한이 지나친게 이번 갈등을 불렀고, 술잔 논란과 김 전 부지사 사퇴 요구로 이어졌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경기도가 공포한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정무직인 경제부지사는 도시주택실, 공정국, 농정해양국 등 기존 행정 1부지사 관할 뿐 아니라 경제실 등 행정 2부지사 관할을 대거 넘겨받는다. 경제부지사는 기존 정무직이었던 평화부지사의 이름을 바꾼 자리로 기존에 평화부지사 관할의 인권담당관, 소통협치국에 대한 관할을 넘겨받을 뿐더러, 도내 산업 육성과 부동산 및 주택 사업 등 경제관련 현안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이런 조직개편안은 김 전 부지사가 대거 관여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지선 과정의 '김동연 캠프' 비서실장과 김 지사 당선 후에는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김 전 부지사는 논란 끝에 지난 31일 결국 물러났다.

김 지사가 경제부지사 업무 권한을 축소하라는 국민의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공포된 조직개편안을 또다시 개정하는 절차를 거쳐야할 뿐더러, 경제 부문 도정을 경제부지사와 함께 강하게 틀어쥐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전날 김 지사가 김 전 부지사가 사퇴한 경제부지사 자리에 염태영 도정자문위원장을 내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사람을 바꾼다고 (경제부지사로의 권한 집중은)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압박했다. 그는 "(도의회 의석 수) 78대 78 여야 동수로 만들어주신 도민의 뜻은 모든 문제를 (도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라는 것"이라며 "김 지사도 이런 뜻을 유념해 달라"고 말했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