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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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정으로 벌금을 내지 못한 빈곤·취약계층 중 노역장 유치 대신 사회봉사를 택할 수 있는 대상자가 늘어난다.

대검찰청은 2일 경범죄자임에도 벌금을 낼 능력이 안 되는 빈곤·취약계층에 대해 수감생활(노역장 유치) 대신 사회봉사 집행을 확대할 것을 일선 검찰청에 주문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는 5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지 않은 사람 중 사회봉사 집행 신청을 할 수 있는 대상자 범위를 ‘중위소득 50% 이하’에서 ‘70% 이하’로 넓히기로 했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예를 들면 월소득 256만540원 이하였던 기준이 358만4756원 이하로 신청 가능 자격이 바뀐다. 사회봉사로 벌금 납부를 대신하는 사람은 농·어촌지원(모내기, 대게잡이 그물 손질), 소외계층지원(독거노인 목욕봉사), 긴급재난복구지원(제설작업), 지역사회지원(벽화그리기), 주거환경개선지원(다문화가정 도배) 등 다양한 사회봉사 중 원하는 유형을 택할 수 있다. 이미 벌금 중 일부를 냈거나 벌금 분납, 납부연기 대상자도 남은 금액에 대한 사회봉사 집행신청이 가능하다.

검사 직권으로 벌급 분납과 납부 연기를 허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500만원 이하 벌금 미납자 중 질병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가 노역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해선 분납과 납부 연기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대검은 빈곤·취약계층이 노역장에 유치됐을 때 생기는 각종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가족 관계와 생계 활동이 단절되고 교정시설에 수감됐다는 일종의 낙인 효과가 생기는 것이 대표적이다. 노역장에 유치되면 기초수급권 지정이 취소되는 것도 빈곤·취약계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역장에 유치되는 벌금 미납자가 증가하면서 교정시설에 들이는 비용부담이 커지는 것도 이번 조치를 내린 요인 중 하나다. 대검에 따르면 2019년 13만8000건이던 벌금 미납건수는 2020년 14만2000건, 지난해 19만9000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후 빈곤·취약계층의 경제난 심화로 벌금 미납 증가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대검 관계자는 “교정시설 내 구금이 아닌 사회봉사 대체집행을 통해 가족관계·생계활동이 단절되는 사례를 줄이고 신속한 사회복귀를 촉진할 것”이라며 “정신적·심리적 교화뿐만 아니라 교정시설 예산 절감과 과밀화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