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중 장기 후유증(롱코비드)을 겪는 사람들에서 100가지가 넘는 롱코비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영국 버밍엄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성인 환자 중 12주 이상 지속되는 증상과 위험요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를 지난달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롱코비드와 관련된 증상을 설명하기 위해 영국 임상 진료연구데이터(CPRD)에 등록된 성인 코로나19 환자 48만6149명과 비감염자 194만4580명을 비교·분석했다.

코로나19 감염 후 12주 이상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한 롱코비드 증상이 지속된 사례를 조사한 결과 115가지 개별 증상과 33개 복합 증상을 식별했다. 이후 후유증 증상을 분류한 뒤 87가지 만성 기저질환과 관련해 분석했다.

롱코비드 증상으로는 피로, 근육·관절 통증, 숨 가쁨, 두통, 흉통, 기침, 후각·미각 변화, 설사 등이 있다. 최근에는 롱코비드가 탈모와 성 기능 감퇴를 일으킨다는 연구도 공개됐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감염 12주 뒤 62가지 증상이 코로나19 감염과 유의하게 관련 있음을 확인했다.

또 코로나19 감염으로 WHO의 롱코비드 사례 정의에 포함된 증상 중 하나 이상을 보고할 위험이 26% 증가했다. 그 밖에 여성, 연령 감소, 흡연, 높은 체질량 지수, 흑인 또는 기타 소수 민족집단, 기저질환 여부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검토에 따르면 2022년 4월 7일 기준 영국 인구의 2.7%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됐으며 코로나19 환자 70%는 12주 이상 증상을 경험했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 곤란, 피로 후각 상실 그리고 집중력 저하로 나타났다.

롱코비드 환자 중 80%는 피로감, 발진, 통증을 겪었다. 기침, 가래, 숨 가쁨 등 호흡기 증상을 경험한 환자는 5.8%에 그쳤고 나머지 14.2%는 불안감, 브레인 포그, 불면증, 우울증 등 정신 건강 또는 인지 증상을 겪었다.

또 미국 의학 전문 매체 웹엠디(WebMD)와 메드페이지투데이(Med page Today)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환자 가운데 5.6%가 후각 상실이 장기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4.4%는 미각 상실이 계속됐다. 한 환자는 초기 감염 후 27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후각이 회복되지 않았다. 이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 약 5억5000만명에 대입하면 각각 최소 1500만, 1200만명이다.

코로나19 환자 약 2700만명이 현재 후·미각 상실 증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회복률은 차츰 증가해 감염 180일 뒤엔 후각과 미각 상실 환자 약 96%와 98%가 회복됐다.

롱코비드로 인한 피해는 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 공용 라디오방송 NPR은 미국인 수백만 명이 롱코비드로 인해 직장을 잃는 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NPR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서 롱코비드로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인구는 미국 전체 노동인구 중 2.4%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롱코비드 환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상황에 따라 코로나19가 장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 정부 또한 롱코비드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해 8월 말 대규모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달 21일 주관 연구기관 선정을 위한 연구과제 공고가 완료돼 선정평가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소아·청소년을 포함한 대규모 롱코비드 환자군(코호트)에 대한 임상 양상, 원인 기전 규명, 치료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