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적연금에도 건보료 부과" 방침…"앞뒤 안맞아" 비판도
보건복지부가 개인연금 등 사적 연금소득에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피부양자 자격요건을 따질 때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악화돼 가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선 사적연금의 혜택이 없어지고 해지율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져 결국 국민의 노후 보장 장치를 흔드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당국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받아들여 사적연금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방안 등에 대해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한다.

감사원은 지난 28일 공개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 재정 확충과 공정한 보험료 부과를 위해 공적연금 뿐만 아니라 사적연금 소득까지 포함한 연금소득 전체를 파악해 가입자의 보험료 산정이나 피부양자 자격요건을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지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만 건보료 산정과 피부양자 인정 소득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감사원은 "사적연금 소득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데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제공한 사례에 따르면 2019년 귀속 과세대상 사적연금소득이 1억5300만원인 1963년생 A씨는 사적연금 소득이 건보료 산정에 반영되지 않아 피부양자 자격요건이 인정되고, 건보료를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적연금을 반영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 보험료 38만6880원을 납부해야 한다.

반면 2019년 공적연금 소득(국민연금)이 약 2000만 원인 1958년생 B씨는 지역가입자 자격으로 공적연금소득 등을 포함해서 보험료가 산정되며 이에 따라 월 보험료 21만4790원을 납부하고 있다.

사적보험에 건보료를 매길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2020년에 사적연금소득이 연간 5백만원 이상인 55세 이상 '지역가입자'는 각각 3만8451명과 4만469명이다. 이들의 사적연금소득 금액은 각각 4513억 원, 4882억원이며 이를 반영해 보험료를 재산정하면 총 348억원을 추가 부과하는 게 가능해진다.

반면 이번 정책은 사적연금 확대를 위해 세제 개편안까지 마련한 정부의 방침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연금 분야 전문가는 "정부는 소득 대체율이 낮은 공적연금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며 사적연금 확대를 장려하고 있고, 금번 세제개편안에서도 사적연금의 세제혜택을 확대했다"며 "이와 완전히 상충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적연금만으로 보통 연 2000만원을 수령하는데 사적연금을 합산하면 대부분 피부양자에서 탈락하게 되므로 사적연금을 유지할 필요성이 사실상 사라진다"며 사적연금 해지율 급증을 우려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