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자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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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개혁에 의지와 달리 비전과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 성장엔진이 식어가는 가운데 더 이상 노동 개혁이 늦춰지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자리연대는 26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경제위기, 노동개혁으로 돌파’란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의 변화와 노동시장 개혁 방향’이란 발표를 통해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고용보호 제도와 연공서열에 묶인 경직적 임금 체계는 4차 산업혁명시대 신산업으로의 구조 조정에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며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교육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규제 철폐) 및 노사관계 개혁이라는 종합 패키지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 맞춰진 기존 노동법과 제도는 미래 노동시장에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 개혁의 추진과 시사점’이란 발제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이 우려되는 노동개혁은 시도하지 않을 방침임을 드러냈다"며 "처음부터 성역없는 노동 개혁의 스케일이나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진정으로 노동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노사 등 각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공익적 의견이 국민 입장에서 도출되도록 정공법과 총력전으로 부딪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우리나라 경제는 향후 어려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며 "규제개혁, 노동개혁은 단기정책과제일 뿐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장기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개혁의 경우 독일의 하르쯔 개혁 등 다른 나라의 성공적사례를 벤치마킹 하되 한국형 노사정 대타협을 정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중장기간에 걸쳐서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차적으로 비정규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정규직 전환율 및 이동률을 높이고 반대로 과잉보호를 받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의 고임금, 연공제 등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공급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이므로 우선 공공부문 연공제를 축소하고 직무급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는 "불공정한 노동시장을 방치한 데는 현 정부여당과 야당, 노조와 대기업 지도부 모두 공동의 책임이 있다"며 "선진적 노동개혁을 위해선 정규직 중심주의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하며, 정년보장이나 정규직 중심의 법과 제도로는 산업시장의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연대 측은 추가 입장문을 통해 “노동개혁은 국가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적 소명”이라며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가시화되도록 대통령 프로젝트로 노동개혁을 설정해 추진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