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간 전출·입은 근로자 파견이 아니라는데…
근로자파견은 근로관계 상대방인 사업주(파견사업주)와 근로제공 상대방인 사업주(사용사업주)가 다른 경우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을 규율하는 법률로서 ‘근로자파견사업’에 대해 그 대상 업무를 한정하고(제5조), 이에 위반하여 근로자파견사업을 하거나 그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자를 처벌하고 있다(제43조 제1, 2호). 또한 사용사업주에게는 직접고용의무도 부과하고 있다(제6조의2). 우리 회사 소속이 아닌 사람이 우리 회사 일을 하고 있는 경우 근로자파견 같은 외관이 형성되는데, 이때 항상 파견법에 따른 규율을 받을까?

업(業)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경우
파견법이 규율하고 있는 ‘근로자파견사업’이란 근로자파견을 '업(業)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2호). 따라서 ‘업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파견법이 금지하는 ‘근로자파견사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파견법의 규율을 받지 않는다.

대법원은 최근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란 “반복·계속하여 영업으로 근로자파견 행위를 하는 자를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자파견 행위의 반복·계속성, 영업성 등의 유무와 원고용주의 사업 목적과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 근로자파견의 목적과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반복·계속성과 영업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파견 행위를 한 자, 즉 원고용주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9다299393 판결). 이어서, “전출은 근로자가 원 소속 기업과의 근로계약을 유지하면서 휴직·파견·사외근무·사외파견 등의 형태로 원 소속 기업에 대한 근로제공의무를 면하고 전출 후 기업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제공의 상대방이 변경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원 소속 기업 복귀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고유한 사업 목적을 가지고 독립적 기업 활동을 영위하는 계열회사 간 전출의 경우 전출 근로자와 원 소속 기업 사이에는 온전한 근로계약 관계가 살아있고 원 소속 기업으로의 복귀 발령이 나면 기존의 근로계약 관계가 현실화되어 계속 존속하게 되는바, 위와 같은 전출은 외부 인력이 사업조직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과 외형상 유사하더라도 그 제도의 취지와 법률적 근거가 구분되므로, 전출에 따른 근로관계에 대하여 외형상 유사성만을 이유로 원 소속 기업을 파견법상 파견사업주, 전출 후 기업을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근로자파견이 아닌 경우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을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①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위 5가지 요소 중 ①요소 즉, ‘회사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 것’은 근로자파견을 인정함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고, ②요소 즉, ‘당해 근로자가 회사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회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은 위 ①요소와 관련된 개별적 사정들을 평가할 때 사용사업주로서 행하는 지휘·명령과 도급인으로서 행사하는 지시를 구분하는 일응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위 ①요소와 함께 근로자파견관계의 주요한 징표에 해당하며, 나머지 요소들은 이를 보완하는 부수적 요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회사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파견법의 규율을 받지 않는다.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속지주의 원칙상 우리나라의 파견법은 국외에 소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국내 파견회사가 해외 현지법인에 근로자를 파견한 경우에는 국내 파견회사는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국외 소재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해외 법인으로부터 근로자를 파견받는 경우 우리나라의 파견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해외 법인이 국내 법인에 근로자를 파견한 경우에는 어떨까? 고용노동부는 2010년 해외 법인으로부터 외국인 조종사를 파견받은 국내 항공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파견사업주가 외국에 적을 두고 국내에서 파견사업을 하는 경우 국내법을 적용해야 할 사안이라고 볼 뚜렷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한 바 있다.

백종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