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70개국에서 발병 사례가 확인된 원숭이 두창 감염 사태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PHEIC는 WHO가 취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보건 경계 선언으로, 이번이 역대 7번째다.

종전 마지막 PHEIC 선언은 2020년 1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대상이었다. 코로나19는 변이 바이러스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다시 확진자가 증가해 여전히 PHEIC 선언이 종료되지 않고 있는데, 원숭이 두창까지 PHEIC가 선언된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사진)은 23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원숭이 두창에 대해 PHEIC를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앞선 21일 열린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에서 위원 15명 중 9명이 비상사태 선포에 부정적이었다고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원숭이 두창의 확산세나 치명률 등이 PHEIC 요건에 부합하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확산세가 가팔라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위원들의 관점이 엇갈렸던 점을 알고 있고, 쉽고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던 점도 안다”면서도 “원숭이 두창은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전파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지난 20일 기준으로 파악한 전 세계 원숭이 두창 환자 수는 72개국 1만5800명으로, 7월 들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PHEIC가 선언되면 WHO가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 추진할 수 있다. PHEIC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 확산 때 처음 등장한 뒤 그간 △소아마비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등에 대해 선포됐다. 소아마비 바이러스와 코로나19는 지금까지도 선언 종료 없이 PHEIC가 유지되고 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