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개물림 사고견, 안락사 절차 중단…"너무 온순한 모습"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생을 물어 크게 다치게 한 개에 대한 안락사가 중단됐다. 한 동물단체는 ‘개를 희생시키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며 사고견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21일 사고견을 보호 중인 동물보호소에 따르면 안락사 위기에 놓인 개는 온순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호소 관계자는 “사람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개들은 케이지 안에 갇혀 있으면 꺼내 달라고 짖는 경우가 많은데, 사고견은 사람이 지나가도 짖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다”며 “맹견인지 확인하려고 접촉했는데도 얌전했다”고 밝혔다.

사고견을 키우던 80대 남성은 8세 아이가 개 물림 사고를 당한 직후 개에 대한 권한을 포기했다. 경찰은 이후 사고견이 다시 인명사고를 낼 우려가 크다고 보고 안락사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검찰이 위험성을 입증할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 안락사가 보류됐다. 검찰은 현행법상 물건으로 규정되는 동물(압수물)이 보관하기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간접자료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사고를 낸 개가 전에도 사람을 다치게 했거나 공격성을 보인 추가 사례가 있어야 안락사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고견을 인수하겠다는 동물보호단체도 나타났다. 동물복지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상상하지 못할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과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어서 완쾌돼 가정의 행복을 되찾길 바란다”고 유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단체 측은 “개 한 마리를 죽인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개를 죽여 이 사건에 대한 합리적 해결점에 도달할 수 있다면 저희 동물권 단체들도 그 희생을 인정하겠다”며 안락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어 단체 측은 “개가 사람을 무는 행위는 개들에게는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문제”라며 “도덕적 인식이나 윤리적 기준을 자의적으로 가질 수 있는 지성적 주체가 아니므로 이러한 개에 대해 안락사라는 사회적 처벌은 합당하지 않다. 사회적 책임은 사회적 규범과 법률에 따라 이 개를 제대로 통제하고 관리하지 못한 견주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 사건 당시 폐쇄회로 영상  캡처
사진 = 사건 당시 폐쇄회로 영상 캡처
또 “어떠한 경우라도 인권을 넘어선 이념과 가치는 있을 수 없다”며 “하지만 이 개를 희생시킨다 해서 인권의 가치와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또 다른 한 생명의 희생에 대해 부디 다시 한번 돌아봐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개는 지난 11일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목줄이 풀린 채 돌아다니다 하교하던 초등생을 쫓아가 목과 팔 등을 물어 크게 다치게 했다. 아이는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 수술을 받았고 현재까지 입원 치료 중이다.

당시 아이를 구한 택배기사는 SBS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에 출연 “애가 완전히 대자로 뻗어서 온몸에 피가 흐르는데 시커먼 개가 애 몸을 물고 흔들고 있었다. 개가 물어뜯는 게 아니고 진짜 잡아먹고 있었다”고 표현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