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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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에게 항공권·숙박료 등을 지원해 주는 보험 상품을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판매했던 스페인 보험 판매대행사가 한국인의 해당 상품 가입을 막았다. 코로나19가 재확산기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 입국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로 받아야 하는 절차 때문에 한국인에 대한 손해배상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세계 주요국 중 한국, 중국 정도만 유지하고 있는 PCR 검사 의무화가 여행산업 회복을 가로막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휴가철 앞두고 가입 늘어

2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스페인에 본사를 둔 보험 상품 판매대행사 헤이몬도는 한국 거주자의 여행 보험 상품 가입을 전날 차단했다. 헤이몬도가 판매한 보험 상품은 여행 중 코로나19 확진 시 확진자에게 귀국 항공권 비용과 숙박시설 이용요금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항공요금은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한도 제한 없이 실비를 보장한다. 숙박료는 상품 종류에 따라 △프리미엄 1박당 150달러 △톱 120달러 △메디컬은 80달러 한도 내에서 최장 15일 실비를 지원한다.

이 상품은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국내에서도 해외여행을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와중에 정부가 입국 시 PCR 검사 강화 정책을 예고해 해외에서 확진 시 추가 지출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여 발생할지 모를 추가 비용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이 보험에 가입했다.

왜 판매 금지했나

여행업계에선 헤이몬도가 한국인의 보험 상품 가입이 늘어 손해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자 한국 거주자의 가입을 차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증가하는 와중에 입국 시 PCR 검사가 의무인 만큼 다른 나라보다 확진 판정을 받는 여행객이 많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하루 확진자 수가 더 많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의 거주자들은 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는 입국 전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PCR 검사를 강제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백신 접종자만 PCR 검사 의무를 면제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만1170명으로 사흘 연속 7만 명대를 나타냈다. 여름 휴가철 이동이 활발해지면 하루 확진자 수가 20만~30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여행 포기 늘어날 수도

여행업계에서는 입국 시 PCR 검사 강화로 인해 업황 반등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제도는 입국 후 3일 이내에 PCR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오는 25일부터는 입국 후 1일 차에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한 불편함으로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상반기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접어들며 여행자 수가 증가하긴 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월 출국자 수는 총 93만685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37만5073명) 대비 149.8%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1251만2051명)의 7.5%에 불과하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엔데믹을 선언했을 때부터 업계에서는 입국 시 PCR 검사를 유지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며 “현재의 PCR 검사 의무화 제도는 고사 직전의 여행산업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