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은 “경제자유구역을 조속히 지정받아 첨단기업 유치 등 세종시의 자족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 제공
최민호 세종시장은 “경제자유구역을 조속히 지정받아 첨단기업 유치 등 세종시의 자족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 제공
“세종시의 경제 활성화와 자족 기능 확충을 위해 스마트국가산업단지 등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습니다.”

민선 4기 세종시를 이끌 최민호 세종시장(국민의힘)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기업을 유치해 세종을 행정수도에서 미래전략 수도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2012년 출범한 세종은 올해로 10년, 민선 4기를 맞았다. 13개 정부 부처와 16개 국책 연구기관이 속속 들어섰지만, 여전히 공무원 도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다. 30대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지만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고 상가 공실률은 전국 최상위 수준이다. 산적한 문제 해결에 최 시장은 ‘3특 도시 프로젝트’를 꺼내 들었다. 세종을 경제특구·교육특구·행재정특례도시로 각각 지정받아 자족 기능을 확충한다는 복안이다. 정무부시장을 ‘경제부시장’으로 임명하고 미래전략본부를 설치해 세종을 미래전략 수도로 키우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최 시장의 계획을 들어봤다.

▷시장 당선을 ‘기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이유는요.

“민주당이 시, 시의회를 8년 이상 다진 곳입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라는 (야당) 거물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고요. 또 젊은 사람들의 성향 자체가 진보 성향이 많잖아요. 8년 동안 조직력이 얼마나 셌겠어요. 시의원도 100% 민주당이었는데요. 그런 조직력을 이겨내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세종은 국민의힘이 어려울 거다. 이런 게 지배적인 시각이었죠. 그래서 기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난 세종시의 역사도 기적으로 본다고요.

“10년 자체가 기적이라고 봐요. 대한민국의 저력이 아니면 이런 도시를 10년 만에 어느 나라가 만들 수 있겠습니까. 미국도 어림없어요. 중국이나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거기는 국가 중앙집권주의니까 막 밀어붙이면 되겠지만. 한국같이 민주화가 이렇게 성숙한 나라에서 이 정도 도시가 10년 만에 만들어졌다는 건 뭐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죠.”

▷그렇지만 한계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말하자면 지난 10년간 집을 지었다면 지금부터는 집을 채워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집을 짓고 나면 가구도 사고 가전도 사고 먹을 것도 들여놔야 하잖아요. 도시를 지었다면 도시의 자족 기능을 갖춰야 할 때라는 것이죠. 세종에도 먹을 것을 들여놔야 하는데 그게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행정수도가 아니라 미래전략 수도를 강조한 겁니까.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완성에 매몰되기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구상을 통해 신산업, 문화·예술 등 도시의 콘텐츠를 채워나가야 합니다. 도시가 자족성을 확보하고 미래전략 수도의 면모를 갖추면 행정수도 완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달 말 설치하는 미래전략본부가 그 기능을 하는 건가요.

“4개 과에 73명 규모로 1개국을 설치합니다. 세종시는 수도를 옮기는 천도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도 서울에서 세종으로 수도를 옮기는 천도로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세종이 완전한 행정수도가 되려면 이제는 미래 전략을 만들어내고 미래 기술, 미래 산업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행정력을 모으는 이유로 보입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대표 공약입니다. 시민들이 일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기반입니다. 대전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연계해 대전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세종이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면 첨단기업 유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해 좋은 기업이 세종시에 들어오면 청년 일자리, 경제 활성화, 상가 공실 등 경제 현안을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겁니다.”

▷상가 공실이 심각해 보입니다.

“상가 공실은 신도시와 혁신도시에 고루 나타나는 상가 과잉 공급에 따른 부작용입니다. 세종시는 과도한 측면이 있는데요. 주된 원인은 온라인 중심 소비패턴 등 시대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고, 지구단위계획이 과도한 규제로 작용해 상업지역 내 시설·업종이 제한된 측면도 있습니다. 상가 공실은 도시 활력을 떨어뜨리고 기존 상권에도 영향을 줘 시민 생활 서비스 악화로 번지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상가 과잉 공급, 엄격한 용도 규제, 고분양가·높은 임대료 등 원인별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습니다.”

▷시장 직속으로 상가 공실 대책 추진단을 꾸린다고요.

“지구단위계획에서 건축물의 허용 용도를 수요자 위주로 재검토하겠습니다. 공실 상가를 숙박시설, 소공연장 등 다른 용도로 변경해 신청할 경우 가능한 한 수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공실률이 높은 상권은 상가육성구역으로 지정해 이벤트 존, 버스킹 존 등 즐길 거리를 확대하는 맞춤식 대안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시장 직속으로 상가 공실 대책 추진단을 꾸려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노력하겠습니다.”

▷부동산시장이 각종 규제로 침체돼 있다는 지적입니다.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폭등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시민들이 안정된 주거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대출 규제,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규제를 받아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3중 규제지역 해제를 국토교통부에 정식으로 요청했지만, 청약 경쟁률이 높다는 이유로 제외됐습니다.”

▷그래서 청약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건가요.

“최근 세종시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아 3중 규제지역 해제를 위한 정량적 공통요건을 충족했습니다. 그런데도 선택요건인 청약 경쟁률이 평균 5 대 1을 초과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높은 청약 경쟁률이 세종시의 청약 자격을 전국으로 개방해 놓은 데서 비롯됐다는 것입니다. 국가 정책으로 청약 자격을 전국으로 개방해 놓고 청약 경쟁률이 높다는 이유로 투기과열지구로 규제받는 것은 모순입니다. 정부에 지속해서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습니다.”

▷KTX 세종역사 신설에 충청북도의 반발이 거센데요. 앞으로 계획은.

“KTX 세종역 신설은 세종시 남부권 관문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공동으로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전 반석과 세종 인구 증가로 사전타당성 조사 수치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회 분원과 대통령 제2 집무실, 디지털미디어센터 등이 설치되면 세종과 수도권을 오가는 교통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오송역 문제로 충북과 마찰이 있을 순 있지만, 2027년 준공 예정인 평택·오송 2 복선화 사업이 완료되면 열차 투입이 증가해 KTX 세종역이 오송역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여건이 성숙하면 세종시에 KTX 역사를 설치해야 합니다. 충청권 시·도지사 합의를 통해 호남선 KTX 세종역 설치를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세종보 존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요.

“세종보는 4대강 사업과 달리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4대강 사업 이전에 계획한 보입니다. 이에 세종시 건설의 특수성을 고려해 존치해야 합니다. 물론 국가가 이미 해체하기로 결정한 것을 자치단체가 뒤집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시민이 세종보에 대해 가진 뜻을 중앙정부에 지속해서 전달하고 조정하는 일이 시장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지난달 당선인 신분으로 정부 관계자를 만나 세종보 건설의 특수성과 존치 이유를 설명하고 공감대를 확인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세종보 문제를 포함한 4대강 보에 대한 정책 방향도 다시 설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환경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 약력

△대전 출생(65)
△서울 보성고,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행정자치부 지방분권추진기획단 단장
△충청남도 행정부지사
△행정안전부 인사실 실장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세종=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