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기 무서워" vs "요즘은 다 목줄 채워"
견주들은 "반려견 사고는 개탓 아닌 보호자 책임"
매년 2천건 개물림 사고…견주 잘못 시 과실치상죄
"공원에 강아지가 많을 때면 산책하기가 싫어요…. 개 출입이 허용된 쇼핑몰에서도 개들끼리 싸우느라 으르릉거리는 모습을 보면 가기 싫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산책하던 임모(29)씨는 "개들은 풀어놨을 때 제어가 안 되고 예상 밖의 행동을 하니까 목줄을 푸는 건 위험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울산에서 여덟살 아이가 목줄 풀린 개에 물려 크게 다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반려견 증가와 함께 개 물림 사고도 빈발하면서 산책 시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숲에 피크닉을 나온 최수일(72)씨는 "개는 작든 크든 무는 습성이 있어서 만나면 무섭다"며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고 입마개도 채우지 않고 목줄을 푼 채로 돌아다니게 하는 걸 보면 못마땅하다"며 혀를 찼다.

한강에서 자주 산책을 한다는 직장인 김모(31)씨도 "한강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개가 쫓아온 적이 있어서 그런 개를 보면 덜컥 겁이 난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자신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는 "아이가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지 가슴이 아프다.

", "오늘 아이를 등원시키는데 작은 개가 지나가는데도 주시하게 되더라", "아이랑 있는데 맹견이 뛰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 글이 올라왔다.

개 주인들의 인식이 향상된 만큼 무작정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숲 근처 직장을 다니는 정창국(57)씨는 "요즘은 서울숲이나 동네에서도 목줄을 매지 않은 개를 본 적이 없다"며 "과거와 비교해 많이 인식이 개선됐고 입마개까지 잘 착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한편 견주들 사이에서는 개 주인이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숲에서 중형견을 산책시키던 추모(46) 씨는 "반려견 사고가 나는 건 개 탓이 아닌 보호자 책임"이라면서 "견종에 상관없이 어릴 때부터 훈련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추씨는 또 "산책하다 보면 줄을 다시 채우거나 할 때 '아차'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일수록 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처에 소형견과 산책하러 온 60대 여성 A씨는 "당연히 목줄을 해야 하고 사나운 개는 입마개까지 해야 한다"며 "일부 무개념 견주로 인해 오해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런 점이 억울하면 개를 끌고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경의선 숲길에서 개를 자주 산책시키는 김모(29) 씨는 "자신의 반려견이 공격성이 있는 성향인 걸 알면 견주가 더 조심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단지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민모(30) 씨는 "견주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개 물림 사고로 인해 여론이 안 좋아져 개와 함께 출입할 수 없는 공원이나 카페가 늘어난다면 다소 억울할 듯하다"고 전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는 2020년 2천114건, 2019년 2천154건, 2018년 2천368건 등 매년 2천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는 5∼8월에 발생이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풀린 올해 관련 사고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개 물림 사고로 견주 과실이 인정될 때는 형법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 4월 피고인 B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진돗개 두 마리를 제대로 묶지 않고 입마개를 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진돗개 두 마리는 의정부 회룡천 자전거로 입구에서 산책 중이던 C씨에게 달려들어 손을 물었고, 진돗개 두 마리 사이에 연결된 줄에 C씨가 넘어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통행이 잦은 도로에 인접한 곳으로 진돗개 소유자는 진돗개가 행인에게 달려드는 등 해를 가하지 않도록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해 사고를 미리 막아야 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