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모→녀. 부→자로 내려간다"

부모가 불안장애(anxiety disorder)가 있으면 자녀도 불안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불안장애란 걱정과 근심이 지나쳐 일상생활 영위가 어려운 심리상태로 심계항진, 호흡곤란, 근육경직, 두통 등의 신체 증상이 수반되기도 한다.

캐나다 댈하우지(Dalhousie) 대학 의대 정신의학과 전문의 바바라 파블로바 교수 연구팀이 2013~2020년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부모와 자녀 398명(평균연령 11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UPI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부모에게 불안장애가 있으면 자녀도 평생에 걸쳐 불안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평생 불안장애 발생률은 부모가 모두 불안장애를 가진 경우가 41.4%로 가장 높았고 부모 중 한 쪽이 불안장애인 경우 23.7%, 부모가 모두 불안장애가 없는 경우는 23.7%로 가장 낮았다.

부모가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 자녀는 같은 성의 부모, 즉 딸은 어머니, 아들은 아버지가 불안장애가 있을 때 불안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더 높았다.

즉 딸의 불안장애 발생률은 아버지가 불안장애인 경우보다 어머니가 불안장애인 경우가 더 높았다.

아들도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불안장애인 경우보다 아버지가 불안장애일 때 불안장애 발생률이 더 높았다.

이는 같은 성의 부모, 즉 딸은 어머니, 아들은 아버지가 보이는 불안 행동을 배울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부모의 불안 행동을 자녀가 따라가게 되는 것은 모방 학습(modeling) 또는 대리 학습(vicarious learning) 같은 환경적 요인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예를 들어, 부모가 거미를 무서워 해 비명을 지르면 이를 본 자녀는 거미가 위험한 줄 알고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398명의 자녀 중 108명(27%)은 한 가지 이상의 불안장애를 갖고 있었다.

7.8%는 범불안장애, 6.3%는 사회장애, 8.6%는 분리 불안장애, 8%는 특정 공황장애, 5%는 비특이 불안장애, 2.8%는 강박장애를 겪고 있었고 소수지만 광장 공포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아이들도 있었다.

불안장애 발생률은 9세 이하 14.1%에서 15세 이상 51.8%까지 연령이 많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부모의 정신질환 유형별로는 조울증(양극성 장애) 환자의 자녀가 평생 불안장애 발생률이 36%로 가장 높았고 조현병 환자의 자녀는 6.3%로 가장 낮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9년의 전국 조사에서 성인의 15%가 경증, 중등도(moderate) 내지는 중증의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불안장애란 불필요한 걱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소한 일들에 대한 걱정을 멈출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범불안 장애는 일반적인 걱정과는 달리 정도가 심각하고 오래 지속되며 어떤 특정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불안장애 유형에는 이 밖에도 사회 불안장애, 분리 불안장애, 공황장애, 광장 공포증,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