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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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세사기 범죄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다. 최근 피해금액만 300억원에 가까운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 등 관련 범죄가 기승하자 피해 발생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다.

대검찰청은 11일 전세보증금 사기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전국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앞으로 기망수법이 계획적이고 피해정도가 큰 전세사기 범죄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할 방침이다. 전세사기 범죄자가 죄에 상응하는 형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항소하고, 은닉재산 추적을 통해 피해자들이 빼앗긴 돈도 찾아낼 계획이다.

검찰이 전세사기를 대대적으로 수사하겠다고 팔을 걷은 것은 그만큼 이 범죄에 따른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두 곳에 접수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총 8130건, 미반환 금액은 총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사고 건수와 금액 모두 장기간 증가하는 추세다.

이 기간 발생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중 보증금 3억원 이하 비중이 89%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상당수가 서민과 20~30대 청년층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다. 최근 피해자만 136명, 피해금액이 298억원에 달했던 이른바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무자본 갭투자자인 A씨는 분양대행업자들과 공모해 신축 빌라 등 다세대 주택의 전세금을 취득가보다 비싸게 정해 세입자에게 임대하는 속칭 ‘깡통전세’를 만드는 수법으로 대규모 전세금을 편취해오다 붙잡혔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딸인 B씨와 C씨의 명의를 활용해 주택을 매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A씨와 분양대행업체 대표 D씨, 같은 회사 분양팀장 E씨를 구속 기소, A씨의 딸 B·C씨(부동산실명법 위반)와 분양대행업체 직원 두 명(사기)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외에도 △등기부등본상 거래가격을 부풀려 실거래가보다 높게 보증금을 책정 △다가구주택에 대한 ‘대출금’과 ‘다른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만으로 전체 주택의 시가를 초과했음에도 대출금과 주택 전월세 계약 현황을 속이고 전세계약을 체결 △건물주들로부터 월세계약을 체결할 권한만 받았음에도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전세금을 착복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갭 투자로 다수의 다세대 주택을 취득한 ‘전세금 돌려막기’ 등 전세 관련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사실상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금액과 삶의 터전인 주거지를 상실해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를 입는다”며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범죄자들을 엄정하게 처벌해 서민들이 주거 안정과 삶의 희망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