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은 노무사 직역"…공인노무사의 역할과 과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혼란은 여전하다. 특히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근로자 수가 50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들도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됨에 따라서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사업장들이 많다.

영세사업장들은 대기업처럼 대형로펌에 막대한 수임료를 주고 컨설팅이나 각종 대응업무를 맡길 수도 없다. 당연히 산업안전 및 인사노무전문가인 공인노무사가 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역할을 못하느냐고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뒤늦게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중대재해처벌법이 노동관계법령에 포함되도록 하는 공인노무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어 2022년 7월 5일에 공포되면서 공인노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공식적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중대재해처벌법이 공인노무사의 직역이 되었으나 다만 아쉬운 것은 그 범위가 중대재해처벌법 제2장 중대산업재해에만 한정하고 중대시민재해는 빠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모든 사업장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공인노무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 현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안착을 위한 숨통이 트였다는 점은 다행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의 공인노무사 역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그동안 비판이 많았다. 그 중 일부 대형로펌들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업무를 하면서 막대한 수임료를 받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형로펌과 고용노동부 출신 전관공무원의 먹거리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또한 현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주고 대형로펌에게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각종 업무나 컨설팅을 의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이 기대보다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특히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산업안전 및 보건지도사의 경우에도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 산업위생공학을 등을 과목으로 하는 자격사로 산업안전보건법 제142조(산업안전지도사 등의 직무)에 그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산업안전에 대해서는 산업안전 및 보건지도사의 전문성은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산업안전 및 보건지도사는 공인노무사 제2조(직무의 범위) 제1항 중 제2호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서류의 작성과 확인’, 제3호 ‘노동관계법령과 노무관리에 관한 상담·지도’의 범위 내에서 공정상의 안전, 작업환경의 평가 및 위험성평가 등 산업안전과 관련된 평가·지도와 관련 계획서 작성 업무정도만 수행할 수 있으며, 공인노무사법 제2조(직무의 범위) 제1항 중 제4호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사업이나 사업장에 대한 노무관리진단’은 수행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산업안전 및 보건지도사가 상담·지도의 범위를 넘어서 노무관리진단의 영역인 산업안전 컨설팅을 수행할 경우 공인노무사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변호사의 경우도 공인노무사법 제2조(직무의 범위) 제1항 중 제4호인 노무관리진단 중 비법률사무에 대해서는 수행할 수 없다는 관련부처 회시가 있고 산업안전 컨설팅은 상당수 비법률적인 부분이 혼재된 점에서 결국 공인노무사만이 유일하게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장 컨설팅을 완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산업안전 및 보건지도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하여 수행한 결과물들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산업안전 및 보건지도사의 경우는 변호사와 반대로 현장을 잘 알고 산업안전보건법 등은 잘 아는데 전체적으로 노동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변호사와 산업안전 및 보건지도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불완전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영역에서 완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인노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대다수 공인노무사들은 대기업부터 영세사업장의 인사노무자문 및 임금관리 등 사업장 관리도 하고 있으며, 유관기관의 위탁을 받아서 근로개선자율점검, 일터혁신컨설팅, 직업계고 현장실습 점검 등 노동법과 관련한 사업장 점검과 컨설팅을 폭넓게 수행하고 있는 점에서 현장에도 강하다.

또한 일부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단순 사고성 재해가 아닌 직업성 질병(열사병 등)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적용 및 해석과 관련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집단은 업무상 사고 및 질병 산재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공인노무사들과 일부 산재전문 변호사만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복잡한 법해석 지식과 다양한 현장지식을 요구하는 점에서 법과 현장 모두에 능숙한 공인노무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법 현장안착을 위한 과제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먼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하여 안전관리대행기관 및 행정사 등이 암암리에 불법으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공인노무사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해졌으나 아직 법 시행 초기이므로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이 공인노무사 직역(職域)이 되었으나 공인노무사의 완전한 직무(職務)로 자리잡기까지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인노무사들이 산업안전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로 역량을 발휘할지 의구심이 든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산업안전 시장이 제한적으로 열려있었기 때문에 그 기회가 없어서 그랬을 뿐이고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는 이상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공인노무사회가 산업안전보건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일선의 공인노무사들이 효과적으로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하여 공인노무사간의 교류를 통한 상호간에 역량증진이 중요하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영세사업장에도 제대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지원도 필요하다. 사업장의 법정의무교육을 전문적이고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자격사는 공인노무사 뿐이며, 공인노무사들이 산업안전보건교육을 할 수 있으나 전 분야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이 상당히 복잡하고 이와 관련된 현장의 애로사항도 많다. 이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인노무사들이 현장에서 폭넓게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고시의 개정과 적극적인 교육과정의 편성이 필요하다. 또한 공인노무사의 현장 점검의 축적된 노하우와 역량을 살려서 공인노무사가 영세사업장의 산업안전과 관련한 기초적인 점검 등을 할 수 있도록 예산편성도 필요하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제정된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사업주가 준수해야할 각종 의무를 얼마나 사업장이 얼마나 체계적, 효율적으로 지킬 수 있느냐에 따라서 그 입법 목적의 성패가 좌우된다. 공인노무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혼란에 빠진 사업장을 조력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착에 역할을 한다면 입법목적도 달성될 것이다.

공인노무사들이 즐겨 쓰는 건배사로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 있다. 법과 현장을 잘 아는 공인노무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하여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예방 및 감소에 큰 공헌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직역수호위원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