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할 수 없던 교통사고 후유증이 사고 발생 한참 뒤에 생겼다면 손해배상금 산정 시점을 언제로 잡아야 할까. 사고일이 아니라 후유증 판명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교통사고 피해자 A씨가 한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6월 길을 걷던 중 승용차에 치여 쇄골이 부러지는 등 상해를 입었다.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는 2012년 12월 A씨에게 손해배상금 1억1000만원을 지급했다. 여기에 A씨가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민·형사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후 A씨는 합의 당시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후유증을 겪게 된다. 수시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현실 검증력이 사라지는가 하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모습도 보였다. A씨는 2014년 11월 후유장해 진단서와 2062년 5월까지 성인 여성 1명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게 되자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쟁점은 A씨의 후유증 같은 ‘예상하지 못한 후발손해’가 생겼을 때 언제를 기준으로 손해배상금을 산정해야 하느냐였다. 다른 재판에선 사고일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도, 후발손해 발생이 확인된 시점을 기준일로 삼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사건의 1심과 2심은 사고일을 후유증 손해배상의 기준점으로 설정했다.

대법원은 후발손해 발생일인 2014년 11월이 기준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의 사례는 사회통념상 ‘후발손해가 판명된 때’부터 돌봄 비용 등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사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역시 사고 4년5개월 뒤인 그 시점부터 생긴다는 논리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