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총장들이 정부가 검토 중인 반도체 학과 정원 증원과 관련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9개 광역지자체 중심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비수도권 7개 권역 127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7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 검토안은 지역 대학을 직접 타격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자 교육부는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 첨단분야 정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방대 총장들은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정원을 늘리면 지방대 미달 사태가 심화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총장협의회는 “반도체 계약학과와 거점국립대 등 지역 대학에서 매년 배출되는 졸업생을 포함하면 전국 대학에서 양성할 수 있는 반도체 관련 학생 정원은 연간 약 1000명”이라며 “대졸 부족 인력은 530명으로 추산되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조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어 “매년 부족한 반도체 관련 인력 530명은 수도권을 제외한 9개 광역지자체에 속한 국·공·사립대 10여 개를 선정해 대학별로 평균 60여 명씩 양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지방대 반도체 관련 학과들이 정시모집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의 주장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2학년도 입시에서 선문대·극동대·중원대 등 다수의 지방대 반도체 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서울 상위권 대학들도 교수 등 전문지도 인력을 구하는 데 애를 먹는 게 현실”이라며 “여건이 안 되는 지방대에 나눠주기식으로 정원을 늘려선 혼선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장협의회는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간담회를 하고 이 같은 방안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당초 지난 6일 교육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에 반대하는 성명을 낼 예정이었으나 교육부의 반발로 기자회견을 유보하고 박 부총리와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