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자·배급업체인 쇼박스가 임원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보수와 관련한 법인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미등기임원인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보다 보수를 많이 받는다는 것만으로 이를 과다한 경비 지출로 보긴 어렵다는 게 법정에서 인정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강남세무서는 최근 쇼박스에 대한 법인세 부과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과세 처분 취소 이후 양측이 합의해 소를 취하하면서 분쟁이 종료됐다.

이 소송은 강남세무서가 2019년 1월 쇼박스를 상대로 법인세 4억6000여만원을 부과한 데서 비롯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쇼박스가 미등기·비상근 임원인 이 부회장에게 2013~2016년 급여와 상여금으로 지급한 약 32억원이 같은 기간 대표이사 보수(18억6000만원)보다 많은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이 부회장과 대표이사의 보수 차액인 13억3000만원을 과다경비로 보고 이를 손금불산입해야 한다고 강남세무서에 통보하면서 법인세 부과 조치가 이뤄졌다. 손금불산입은 기업 회계에선 비용으로 인정되더라도 세무회계상으로는 손해 금액으로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과세 소득이 되도록 처리하는 방식이다.

국세청 조치에 반발한 쇼박스는 법무법인 율촌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법인세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쇼박스는 “이 부회장은 투자 결정, 마케팅, 배급 전략 등의 의사결정과 고위 임원 임면권을 행사했다”며 “이 부회장과 그를 보좌하며 통상적인 경영업무를 총괄한 대표이사가 동일한 직위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세청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보다 많은 보수를 받을 만한 기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회장 보수는 법인세법에서 규정한 ‘지배주주 등인 임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일 직위에 있는 지배주주 등 외의 임원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초과해 지급한 보수’이기 때문에 손금불산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지난 4월 열린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2심은 “법인세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사 조직도와 결재 문서 등 객관적 증거상 부회장과 대표이사는 동일 직위로 볼 수 없는 데다 기업집단의 통상적인 보수 지급 관행에 비춰볼 때도 두 직위 간 보수 차이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