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학회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제19차 국제수학연맹(IMU) 총회에서 금종해 회장(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사진)이 국제수학연맹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고 5일 밝혔다. 임기는 2023년 1월 1일부터 4년. 국제수학연맹은 세계 수리과학 발전을 위해 1920년에 설립된 비영리 국제협력단체다.
“엉망진창입니다. 나라 장래가 걱정입니다.”고등과학원장을 지낸 금종해 대한수학회장(사진)은 현재 중·고교 수학교육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이렇게 답했다. 그의 말대로 고교 수학에선 미분·적분, 행렬·벡터 등 유망한 기술의 기반이 되는 내용이 하나둘씩 필수과정에서 빠진 지 오래다.금 회장은 “다루기 힘든 빅데이터를 의미 있는 작은 데이터로 분할하는 게 수학”이라며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인재 양성이 절실한데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커지면 커질수록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불안해지는데, AI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그만큼 고급 수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고급 수학 능력은 대학 이후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초·중·고교 시절부터 차근차근 기초를 쌓아야만 가능하다는 게 금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수학 교육에도 어려운 건 무조건 빼자는 ‘특정 진영의 이상한 정치논리’가 팽배하다”며 “이 상태론 국가 경쟁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수년 전부터 불어온 일부 수학 열풍은 일시적 트렌드일 뿐 본질적인 수학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고 금 회장은 평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퀀트’로 상징되는 금융수학이 각광받고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등 일부 기업의 성공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그는 또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일부 한국 학생(과학고교생)이 상위권에 드는 것은 크게 의미를 둘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올림피아드와 AI 설계 등에 필요한 수학적 상상력은 별개라고 했다.금 회장은 수학의 무궁무진한 응용분야 중 하나로 ‘부호이론’을 들었다. 부호이론은 우주영상 전송, 디지털 음원 보정 등에 활용된다. 우주공간 촬영사진을 그대로 지구로 보내면 전부 깨져 식별이 안 된다.그러나 수학적 구조에 담아 전송하면 그대로 복원이 가능하다. 세 점의 좌표를 알면 2차함수 그래프를 그릴 수 있는 원리와 상통한다. 음향기기에서 잡음을 제거하고 음질을 높이는 기술도 부호이론에 기반해 있다. 책 뒤에 있는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도 부호이론의 산물이다.그는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인 ‘과학·수학·정보교육 진흥법’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아쉬워했다. 막상 법은 통과됐으나 ‘평준화’ 정치논리에 빠진 교육현장 때문에 실행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금종해 고등과학원 교수(사진)가 1일 제25대 대한수학회 회장으로 취임한다. 임기는 2년. 대수기하학 분야의 석학으로 인정받는 금 회장은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등과학원 원장, 포스텍 이사, 2014 세계수학자대회 집행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유공자 심사위원장 등을 거쳤다.
경암교육문화재단(이사장 송금조)은 제14회 경암상 수상자로 자연과학 부문에 금종해 고등과학원 수학과 교수, 공학 부문에 손훈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특별상에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을 선정했다고 17일 발표했다.금 교수는 20여 년 동안 수학 분야 난제로 여겨졌던 ‘유한체에서 정의된 K3 곡면의 유한대칭군의 분류 문제’를 해결한 논문을 국제학술지(Annals of Mathematics)에 게재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그는 대수기하학, 특히 대수곡면론 분야의 국제 석학이다.손 교수는 대형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균열이나 손상을 초기부터 실시간 감지할 수 있는 피로균열 감지센서, 고정밀 변위 계측센서 등을 개발해 상용화한 공로를 높게 평가받았다. 이 기술은 영종대교의 안전 향상 시스템에도 적용됐다.권 의장은 유엔 산하 국제기구 소속 재판관으로 재직하며 유고,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의 전범 판결을 주도했다. 이 중 보스니아 내전의 핵심 인물인 카라지치에 대한 판결은 국제법 분야에서 큰 의미를 갖는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경암교육문화재단은 부산의 향토기업인 태양그룹 송금조 회장이 1000억원을 내놓아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상금으로 2억원을 준다.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