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에 쪽방 주민들 걱정 깊어져…자영업자들도 시름
"선풍기 하나로 버틸 수밖에"…폭염에 더 힘든 취약계층
"장마도 끝나고 더 더워질 텐데 이제 큰일이네요.

"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3일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김덕재(54)씨는 "이 더위에 쪽방은 다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그나마 더울 땐 복지관 쉼터에서 쉬지만 대부분은 방에서 조그마한 선풍기로 버틴다"며 "작년 한 해 이 동네에서 12명이 돌아가셨는데 여름에 특히 어르신들이 병원에 많이 실려 가고 119도 온다"고 말했다.

김씨 말처럼 이날 찾은 돈의동 쪽방촌의 주민들은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돈의동을 비롯한 종로 1∼4가 동은 오전부터 30도가 넘어섰고, 정오께는 온도계가 33도를 기록했다.

주민들 대다수가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실내에 머무르고 있어 쪽방촌 골목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지나가는 바람 한 점이라도 들이기 위해 쪽방들 대부분은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였다.

언뜻 보이는 내부에는 낡은 선풍기를 틀어놓은 채 TV를 보는 주민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반바지와 러닝셔츠 차림의 주민들은 야외 그늘에 의자를 놓고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특히 최근 고물가가 이어지고 전기요금까지 오른 상황에 "이제 정말 큰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다행히 아직 방세는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달 1일부터 폭염 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돈의동 쪽방상담소는 이날 주민들에게 500㎖짜리 냉수 2병씩을 지원했다.

상담소에서 생수를 받아오던 50대 쪽방 주민 A씨는 "에어컨이 있는 집이 한 15%는 되려나 모르겠다"며 "없으면 그냥 덥게 지내야지 별수 있나"라고 말했다.

골목에서 만난 김모(64)씨도 "더워도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다"며 체념한 기색이었다.

"선풍기 하나로 버틸 수밖에"…폭염에 더 힘든 취약계층
갈 곳 없는 노년층들도 펄펄 끓는 야외에 사실상 방치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제 막 점심 무료급식 배식이 끝난 정오께 탑골공원과 인근 골목은 그늘마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있는 노인들로 가득했다.

이날 급식소 측에서 제공한 무료 도시락은 20분도 되지 않아 동이 났다.

노인들은 선글라스와 모자 등으로 햇빛은 차단했지만 뜨거운 열기는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져왔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던 황모(72)씨는 "어차피 여기나 집이나 더운 건 매한가지"라며 "집에 계속 있는 것보다 여기 나와서 밥 먹고 사람들이랑 한마디씩이라도 나누는 게 낫다"고 했다.

이달부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져 갔다.

이날 오후 찾은 종로구 인사동 상가들은 전기요금 인상 우려에도 대부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영업 중이었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9)씨는 "가게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손님들이 안으로 들어오질 않는다"며 "날이 더우면 마트나 실내 쇼핑몰로 손님이 몰려 우리 같은 상가는 손님이 없어지는데 전기료도 올린다고 하니 앞으로 힘들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