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안했다" 거짓 진술했다 피해자 진술 확보하자 시인
전직 경찰서장, 뺑소니 은폐 시도…전북경찰 직접수사키로(종합)
무면허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고 달아난 전직 경찰서장이 경찰 초기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직 총경 A씨는 사고 이후 첫 조사에서 "내가 운전하지 않았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은 앞서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고 소유주가 A씨라고 특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이 이후 피해 차주 진술 등을 확보한 뒤, 다시 경위를 캐묻자 A씨는 말을 바꿨다.

그는 "운전하기는 했는데 내가 사고를 낸 게 아니고 당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이탈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 차를 들이받은 차량을 쫓아간 것"이라는 식으로 답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죄 이력으로 면허가 취소된 운전자가 다른 차량을 뒤쫓아갔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한 것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A씨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이를 이루지 못했다.

차량에 블랙박스는 설치돼 있었으나 지난 4월 이후로는 영상이 기록돼 있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전북경찰청은 A씨가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해당 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A씨가 사고를 낸 도로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것도 고려한 조처로 보인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해 사건에 대한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라며 "사고 경위는 물론이고 음주 여부 등에 대해서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신병 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 언급할 수 없지만, 모든 정황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시께 전주시 덕진구의 한 교차로에서 자신의 BMW 차량을 몰다가 무리하게 차선을 넘어 싼타페 차량을 들이받고 달아났다.

그는 지난해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로 운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차주는 "음주가 의심된다"면서 신속한 검거와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관할 경찰서 수사관은 "시간이 지나 의미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 차주 가족은 "경찰이 가해 차주가 전직 경찰서장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다"며 담당 수사관과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