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방문조사·군 사망사건 입회 가능해져
초대 군인권보호관 박찬운 상임위원…군 인권침해 전담인력 25명 배치
또다른 윤승주·이예람 비극 없도록…군 인권보호관 출범
군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조사해 시정조치와 정책권고 등 권리구제를 담당하는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 군 인권보호관이 1일 출범했다.

인권위는 이날 오전 인권위 10층 인권교육센터에서 군 인권보호관 출범식을 개최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출범사에서 "우리 모두의 숙원과제이던 군 인권보호관 제도가 오늘 출범할 수 있게 된 것은 그간 군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의 희생의 대가로 얻어진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며 "인권 친화적인 병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초대 군 인권보호관을 맡은 박찬운 인권위 상임위원은 "군 내 인권침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 임무"라며 "군 인권보호관으로서 부대 방문조사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인권침해를 조기에 발견하고, 제도적 차원의 개선을 권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출범식에는 송기춘 군사망사건진상규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 신범철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군 인권침해 피해 유족인 안미자(고 윤승주 일병 어머니)·이주완(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박미숙(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황오익(고 황하사 아버지)씨 등이 자리했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 씨는 "승주가 선임병들의 구타로 세상을 떠난 지 8년이 넘었다"며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사람들은 점차 승주가 겪었던 일을 '아, 그런 일이 있었지' 기억하겠지만 승주가 이 나라에 남기고 간 흔적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지워져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군 인권보호관 출범이 제 아들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는 게 너무도 슬프고 원통하고 분한 일이지만, 유족들이 군 인권보호관 설치를 힘줘 이야기했던 건 우리 같은 이들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며 "군에서 억울한 우리 아이들의 죽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군 인권보호관제도는 2014년 육군 전방사단에서 선임병들의 구타·가혹행위로 병사가 사망한 이른바 '윤일병 사건'을 계기로, 군인 인권 문제를 전담할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2021년 5월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군내 인권침해 근절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고, 지난해 12월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인권위 안에 군 인권보호관을 설치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군 인권보호관은 ▲ 군 인권 보호·증진체계 마련 ▲ 군부대 방문 조사를 통한 예방강화 사업 ▲ 군 사망 및 성폭력 사건 신속 대응체계 구축 ▲ 기획조사 및 실태조사 강화 ▲ 군 인권교육 강화 등 주요 사업을 추진한다.

인권위는 군 인권보호관 출범에 맞춰 군인권보호국을 신설하고 실무 조직으로 군인권보호총괄과, 군인권조사과, 군인권협력지원과를 설치했다.

약 25명의 전담 인력이 해당 업무를 담당한다.

차관급인 군 인권보호관은 인권위법에 따라 대통령이 지명하는 상임위원이 겸직하고, 군인권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초대 군 인권보호관은 박찬운 상임위원이 내년 1월 임기 종료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

또다른 윤승주·이예람 비극 없도록…군 인권보호관 출범
군인권보호관은 군인 등이 복무 중 사망한 경우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이를 통보받아 사망사건에 조기 개입할 수 있고, 군부대를 방문 조사할 수 있다.

일반적인 방문 조사 때는 해당 군부대 장에게 방문 조사 3일 전까지 그 취지, 일시, 장소 등을 통지한다.

긴급할 경우에는 방문 12시간 전까지, 또 통지 당일 조사가 불가피할 때는 방문 4시간 전까지 일과시간 내에 통지하고 방문할 수 있다.

또 진정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한 사건은 각하하도록 한 기존 규정과 달리 군 인권보호관은 1년이 지난 사건도 조사가 가능하고,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도 군인권보호위원회 의결을 거쳐 조사할 수 있다.

다만 체포나 구인 등 강제수사 권한은 없고, 조사나 진술서 제출, 출석요구를 거부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날 1호 진정 사건도 접수됐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020년 8월 육군 6사단 복무 중이던 피해자가 군에서 백신접종 등 의료처우가 미흡한 상태에서 제초작업 후 유행성 출혈열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진정을 제기했다.

아울러 박찬운 군 인권보호관은 이날 '제1차 군인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고, 군 인권 핵심 추진사업 등을 보고받았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권위는 군 관련 인권침해 및 차별 사건 3천9건을 접수해 504건을 인용 처리하고, 군 내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직권조사와 실태조사를 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