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단 '도쿄' 역…"한국 대중 앞에 서고자 해외영화 대신 선택"
'나이로비' 역 장윤주 "분위기 전환 역할, 원작 캐릭터보다 짓궂고 에너제틱"
'종이의 집' 전종서 "한국판 '도쿄' 역 심심하다 느낄 수 있죠"(종합)
"원작에서 '도쿄'라는 인물이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 있었다면, 한국판 도쿄는 상황을 정리하고 이끌어가는 캐릭터죠."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도쿄'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는 30일 화상 인터뷰에서 자신의 배역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페인 인기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한국판 '종이의 집'은 천재 지략가 '교수'를 중심으로 꾸려진 강도단이 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국에서 세기의 인질강도 극을 펼치는 이야기다.

전종서가 연기한 도쿄는 통일을 앞둔 한반도라는 가상의 배경 속에서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소녀로 자본주의 쓴맛을 본 뒤 "세상을 바꿔보자"는 교수의 계획에 합류한다.

전종서는 "도쿄는 코리안드림이 산산조각이 난 상태에서 상처를 많이 받고, 더는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한다"며 "죽음의 문턱에서 교수를 만나게 되고, 그의 이념에 대해 신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는 세상에 너무 부당한 일이 많고, 그 가운데 있는 돈을 훔쳐서 세상을 바꾸자고 한다"며 "도쿄 역시 세상에 대한 어떤 배신감과 반발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교수를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종이의 집' 전종서 "한국판 '도쿄' 역 심심하다 느낄 수 있죠"(종합)
도쿄는 '종이의 집'에 나오는 캐릭터 가운데 원작과 가장 차이가 큰 캐릭터기도 하다.

원작에서 도쿄는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인 성격이지만, 한국판에서 도쿄는 차분하고 교수의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려고 하는 모범생 같은 느낌이 강하다.

전종서는 "사실 보는 입장에서는 사고도 치고, 발랄하고 솔직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한 캐릭터가 자극적이고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다"며 "(한국판) 도쿄는 그런 지점에 있어서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지 않다 보니 좀 얌전하고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은 캐릭터의 매력과 거기서 나오는 감정들이 폭발하는 지점에 묘미가 있는데, 한국판은 배우 개개인의 캐릭터나 매력보다는 전체적인 드라마를 끌고 가는 데 중점을 둔다"며 "저도 제 캐릭터 자체보다는 전체적인 앙상블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종이의 집' 전종서 "한국판 '도쿄' 역 심심하다 느낄 수 있죠"(종합)
사실 도쿄는 그동안 전종서가 연기해온 인물들과 비교해도 다소 밋밋한 캐릭터지만, 전종서는 많은 배우와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었기에 아쉬움은 전혀 없다고 했다.

전종서는 데뷔작 영화 '버닝'(2018)에서는 미스터리한 여자 해미라는 인물로 '괴물 신인'의 등장을 알렸고, 영화 '콜'(2020)에서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역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할리우드 진출작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에서도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모나 역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왔다.

그는 '종이의 집' 출연을 결정하기에 앞서도 해외 영화 한 편을 준비 중이었는데, 한국 대중들 앞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전종서는 "한국 대중들을 만나는 게 먼저일 것 같다는 생각으로 두 작품 가운데 선택을 하게 됐다"며 "(영화만 해왔는데)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전했다.

'종이의 집' 전종서 "한국판 '도쿄' 역 심심하다 느낄 수 있죠"(종합)
'종이의 집'에는 이제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모델 출신 연기자 장윤주도 개성 강한 캐릭터 '나이로비'로 출연한다.

장윤주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세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인물에게 끌린다"고 배역을 맡게 된 이유를 밝혔다.

나이로비는 조폐국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강도단 중 한 명으로 사기에 능한 캐릭터다.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는 나이로비는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장윤주는 6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파트1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적어 아쉽지 않았냐는 물음에 "제가 나올 때마다 분위기가 전환되는 것 느끼셨나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분량 면에서 아쉬움은 없고, 앞으로 보여줄 부분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나이로비는 톡톡 튀고 자기만 잘난 줄 아는 것 같은 인물이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알고 보면 마음 따뜻하고 (남을)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그런 여성인데, (파트2에서) 남은 활약이 있다"고 귀띔했다.

'종이의 집' 전종서 "한국판 '도쿄' 역 심심하다 느낄 수 있죠"(종합)
장윤주는 원작의 캐릭터를 '장윤주표 나이로비'로 만들었다.

극 중 나이로비가 인질들을 동원해 조폐국에서 화폐를 새로 발행하는 작업을 하며 "신나게 찍어보자"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장윤주 특유의 시원시원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매력이 빛을 발한다.

장윤주는 "원작의 나이로비의 화려하고 쿨한 모습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센 언니'처럼 그려지는데, 저는 이걸 제 방식대로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싶었다"며 "한국판 나이로비는 원작과 비교해 좀 더 짓궂고 에너제틱한 모습들이 있다.

제가 연기하면서 유머러스한 부분이 살아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로비는 제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섹시한 여자"라며 "옷차림, 헤어스타일 등 지금까지 제가 모델로 활동하면서 익힌 부분을 잘 가져와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2015년 영화 '베테랑'의 미스봉 역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한 장윤주는 지난해 영화 '세자매'에서 한층 깊어진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종이의 집'에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 캐릭터로 작품에 스며들며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장윤주는 "사실 '베테랑' 때는 아무 준비 없이 현장에서 감독님, 배우들과 얘기하면서 했던 연기였는데, 이번에는 좀 더 (연기를) 디테일하게 만들었다"며 "애드리브도 많았지만, 촬영장에 가기 전에 준비를 완벽하게 해서 갔고, 6개월 정도 촬영을 했는데 중반부터는 '연기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 자신의 연기를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며 웃었다.

'종이의 집' 전종서 "한국판 '도쿄' 역 심심하다 느낄 수 있죠"(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