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교육청에 보조하는 예산인 ‘교육 경비 보조금’에 하한을 설정한 조례 개정안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교육감 사이의 신경전으로까지 번졌던 이 사안에 대해 대법원이 오 시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서울시가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시의 청구를 받아들여 해당 조례안이 무효라고 30일 판결했다.

문제가 된 조례 개정안은 교육 경비 보조금 규모를 해당 연도 본예산 세입 중 보통세의 0.4% 이상 0.6% 이내 금액으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조례에선 교육 경비 보조금 규모를 ‘보통세의 0.6% 이내’로 규정했었는데, 2020년 10월 다수를 점하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회 의원들이 조례 개정을 통해 ‘보통세의 0.4% 이상 0.6% 이내’로 기준을 바꾸며 예산 보조금 하한선을 설정했다. 개정안은 그해 12월 시의회에서 의결됐다. 교육 경비 보조금은 교육청에 교부돼 유치원·학교·학생 교육 등에 쓰인다. 예산 규모는 매년 500억~600억원에 달한다.

시는 해당 개정 조례안이 지방자치단체장(서울시장)의 고유 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회 다수를 장악한 시의회는 재의결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1월 대법원에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안전부도 1월 “개정 조례안은 재정 여건을 불문하고 지방의회가 교육경비 보조금 하한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정해 반드시 편성하도록 의무화했다”며 “법령에 근거 없이 지자체장의 예산편성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제소 6개월 만에 대법원이 개정 조례안에 대해 최종 무효 판결을 내림으로써 시의회가 행안부 의견 및 서울시 재의 요구에도 무리하게 조례안 재의결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번 판결로 시가 부담하는 보조금이 줄어들 수 있다며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더 나은 교육환경과 미래교육 인프라 구축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서울시와 교육청 간 협력사업의 안정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장강호/오현아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