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근처에서 도로를 건너던 보행자가 급정거한 차에 놀라 넘어졌다면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소형트럭을 운전하는 A씨는 2020년 4월 8일 오후 4시 30분께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근처를 건너던 B양(당시 9세)을 친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직후 A씨가 차에서 내려 괜찮냐고 묻자 넘어진 B양은 "괜찮다"고 한 뒤 절뚝이며 인근 상점으로 걸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양을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주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고, B양은 그날 부모에게 다리와 무릎의 통증을 호소했다.
B양은 전치 2주의 무릎 상해를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A씨가 B양에게 상해를 입혀놓고도 구호나 신원 제공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으므로 뺑소니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법정에서 운전자 A씨는 "횡단보도를 벗어난 곳에서 B양이 갑자기 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뛰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급정거했고, 그 직후 B양이 차 앞에서 넘어졌다"며 "당시 그런 방식으로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있으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목격자 증언 등을 검토한 2심 재판부는 A씨가 운전한 차와 B양의 신체가 물리적으로 부딪쳤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태라고 봤다.
A씨가 당시 서행했을 가능성이 있고, 운전자로서 주의를 다했어도 사고를 막지 못했을 수 있다는 점 등도 참작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무죄 선고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횡단보도 부근에서 도로를 건너려는 보행자가 흔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므로 운전자 A씨가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통상 예견되는 상황에 대비해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교통사고의 원인이 됐다면, 보행자가 자동차 급정거에 놀라 도로에 넘어져 상해를 입은 경우라고 해도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보행자를 발견한 즉시 안전하게 차를 세울 수 있도록 제한속도 아래로 속도를 더욱 줄여 서행하고 전방과 좌우를 주시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제품값 계속 오르는데 원윳값은 그대로…작년 목장 200곳 폐업" 낙농민들이 우유업계와 원유(原乳) 가격 협상을 위해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낙농가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이하 낙농협회)는 8일 경기 평택시 매일유업 평택공장 앞에서 1천300여명이 모인 집회를 열고 조속히 원유 가격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원유가격 협상, 즉각 개시하라', '목장 원유가 인상, 낙농기반 사수'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우유는 식량이다. 식량 주권 사수하자"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심화섭 낙농협회 부회장은 "사룟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목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도 자식 같은 소들을 굶길 수 없어 한숨만 나온다"며 "최근 2년간 농가 부채는 40% 늘었고 지난해에만 목장 200여 곳이 폐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업체는 최근에도 우유 제품 가격을 또 인상했는데 원유 가격은 올려주지 않고 협상장에 나오지도 않고 있다"며 "우리가 있어야 업체도 있을 텐데 협상에 성실히 임하는 게 상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주에서 30여 년 낙농업을 이어온 황모 씨는 "아침저녁으로 착유를 해야 하는 고된 일정 속에서도 현실이 답답해 집회장으로 나왔다"며 "생산비가 이만큼 올랐으면 가격도 맞춰 합의해야 하는 것이 협상 아니냐"고 주장했다. 낙농협회에 따르면 유업체들은 새 가격 적용일(8월 1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규정상 매해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 조사가 발표된 이후 한 달 안에 이해 관계자들은 원유 가격을 조정하는 '협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협회는 올해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가 지난 5월 24일에 나온 만큼 적어
서울·부산·양주서 숙박…이씨가 모든 비용 결제 '계곡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이은해(31)씨가 4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던 중 절친인 중학교 동창과 3차례 부산 등지를 여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천지법 형사15단독 오한승 판사 심리로 8일 열린 A(32·남)씨 등 도피조력자 2명에 대한 4차 공판에 이씨의 지인인 B(31·여)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B씨는 법정에서 "이씨와 중학교 동창이며 제일 친한 친구 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으며 "(도피조력자) A씨도 10대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라고 밝혔다. 그는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씨가 도피 기간 은신처로 이용한 오피스텔 2곳에 모두 방문한 적 있는 인물로, 범인도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또 다른 도피조력자다. B씨는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둔) 지난해 12월 14일 아침에 이씨로부터 전화를 받았죠"라는 검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올해 4월 검찰 조사에서 "이씨가 '구속될 것 같다. 조사받으러 안 가겠다. 나 간다'고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가 "이씨가 살인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도주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 맞느냐"고 묻자 B씨는 "네"라며 인정했다. B씨는 또 이씨와 조씨가 지난해 12월 도주한 이후 올해 4월 검거될 때까지 모두 4차례 만났으며, 이 중 3차례는 은신처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 주변을 벗어나 함께 여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1월 29일 일산 일대에서 이씨와 조씨를 만나 함께 고기를 먹은 뒤 이들의 은신처인 오피스텔에서 잤다고 했다. 당시 A씨가 B씨를 인천에서 만나 일산까지 태워준 뒤 술값 등을 계산했다. B씨는 이어 2월 12∼13일에도 A씨 몰래 이씨와 조씨를 서울 종로와 일대에서 만나 고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