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지원자 특혜·성비 인위 조정 혐의…1심 유죄 → 2·3심 무죄
'부정채용 의혹' 조용병 신한 회장 무죄 확정…3연임 '파란불'(종합2보)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의혹을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30일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회장과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7명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며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로 재판이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 시기 특정 지원자 3명의 지원 사실과 인적 사항을 인사부에 알려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여성에게 불리한 기준을 일관하게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조사된 증거만으로는 채용 과정에서 남녀를 차별했다고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을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1심이 조 회장의 개입으로 부정 합격했다고 본 지원자 3명 중 2명은 정당한 합격 사정 과정을 거쳤을 수 있고, 나머지 1명도 관여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조 회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부정채용·부정합격자의 개념부터 먼저 정립해야 한다"며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정 정도의 합격자 사정 과정을 거쳤다면 일률적으로 부정 통과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1심보다 부정 합격의 판단 기준을 낮춘 것이다.

함께 기소된 다른 인사팀 관계자들도 2심에서는 형량이 감경돼 벌금형 혹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진 신한은행 법인과 채용팀 과장 이모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 등이 없다고 보고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을 확정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이른바 '법률 리스크(위험)'가 사라지면서 조 회장의 세번째 임기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17년 3월 취임한 조 회장은 2020년 12월 연임에 성공했고, 내년 3월 두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취임 이후 실적도 좋은 편이다.

2017년 2조9천188억원이었던 신한금융지주의 연간 당기 순이익은 2018년(3조1천567억원) 3조원을 넘어섰고, 계속 늘어나 지난해(4조193억원)에는 4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키우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성과도 있었다.

2019년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해 지난해 7월 '신한라이프'로 통합했고, 작년과 올해 카디프 손해보험을 인수하고 신한자산운용과 아시아신탁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번 무죄 선고 확정으로 신한금융그룹과 조 회장의 법률 리스크가 해소됐다"며 "이로써 신한금융은 앞으로 닥칠 경제 복합 위기를 효과적으로 돌파할 원동력을 얻고, 조 회장의 글로벌·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그룹의 중장기 전략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