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임기 중 반대 속 이룬 고교평준화·무상교육 완성 가장 뿌듯"
"신 당선인, 아이들이 행복하게 배우고 자라는 학교 만들길 바라"
[인터뷰] 민병희 강원교육감 "지난 12년, 학생 성장에 밑거름되길"
3선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29일 "강원교육 현장에 남은 흔적이 학생들의 행복한 배움과 성장에 작은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 교육감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숱한 반대에도 결국 이뤄낸 고교평준화와 무상교육의 완성이 임기 중 가장 뿌듯했던 정책이었다"며 "이제 그 바탕 위에서 질적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력 신장'을 최우선 공약으로 도민 선택을 받은 신경호 당선인에게는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배우고 자라는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민 교육감과 일문일답.
[인터뷰] 민병희 강원교육감 "지난 12년, 학생 성장에 밑거름되길"
-- 3선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심경은.
▲ 익숙한 것과 결별하려니 어색하고 아쉬운 점도 있고, 그 반대로 이제 정말 떠난다는 홀가분함도 있다.

워낙 오랜 시간을 여기서 보냈기 때문이다.

강원교육 현장 곳곳에 내 손길이 닿아 있는데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배움과 성장에 작은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교육감 12년, 교육위원까지 더하면 20년 동안 가장 뿌듯한 정책과 이유는.
▲ 가장 뿌듯한 정책을 꼽자면 고교평준화와 무상교육 완성을 들겠다.

강원 학생들이 교복으로 차별받고, 부모의 경제적 지위 때문에 제대로 공교육을 받지 못하는 세상을 완전히 끝냈다.

불가능하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세간의 평가, '빨갱이'라는 정치적 공세에 맞서 이룬 것인데 도민 지지가 있어서 가능했다.

고교평준화와 무상교육, 평가 혁신 등으로 강원교육의 틀을 바꿨다면 이제는 그 바탕 위에서 질적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인터뷰] 민병희 강원교육감 "지난 12년, 학생 성장에 밑거름되길"
-- 아쉬운 정책과 이유는.
▲ 아쉬운 점도 많지만, 최근 일을 들자면 코로나19 대응이다.

사태 초기에 등교수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학교는 외국보다 훨씬 안전하면서도 교문은 늦게 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는 가장 늦게 문을 닫고 가장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아이들 정서를 위해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만이라도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기고 싶었는데 그것을 못 하고 퇴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아쉽다.

-- '학력 신장'이 목표인 신경호 교육감 당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음.
▲ 교육은 당장에 성과가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백년대계라고 부른다.

학력의 본질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학생 개개인을 잘 성장하도록 할 것인가, 학령인구 감소 시대 속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교육은 어떤 것인가와 같은 고민 없이 점수만 신경 쓰고 서두르면 상당히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다.

선생님들은 모두 교육 전문가이기에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배우고 자라는 학교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인터뷰] 민병희 강원교육감 "지난 12년, 학생 성장에 밑거름되길"
-- 이제 '전 교육감'으로 자리를 지키게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 20년을 교육청에서 보내고 나니 솔직히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하지만 전임 교육감으로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것도 저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 돕겠다.

공식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늘 밭에 나가 일을 했다.

농사일이 교육과 비슷한 점이 많아 일하면서 정책적 영감을 얻는 경우도 많았다.

그동안 '투잡'을 했다면 이제는 전업 농부로 살면서 자연과 함께할 것이다.

그러면서 지나온 교육감으로서의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

-- 교직원과 학생·학부모 등 교육 구성원에게 남길 말은.
▲ 역사에서 50년은 순간이지만, 사람의 일생에서 50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그 시간을 학생, 학부모, 교직원과 함께했고, 12년은 교육감으로 강원교육을 책임졌다.

때로는 응원의 박수로, 때로는 따끔한 채찍으로 이끌어주신 도민들께 깊이 감사하다.

이제 부여받은 소임을 다하고 물러난다.

부족함이 있을 것이다.

그 자취들을 냉정하게 평가해 달라. 그 평가가 우리 교육을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늘 강원교육에 관심 기울여 우리 아이들을 사랑으로 바라봐 달라.


/연합뉴스